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흥미로운 샴페인이 있어서 하나 리뷰하려 합니다. 이름부터 블링블링한 샴페인 '골든 블랑'이 오늘의 주인공압니다.
1. 메이드 인 샹파뉴, 근데 한국인 입맞에 맞췄다
흥미롭게도 이 골든 블랑은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캐릭터가 모두 녹아들어 있습니다. 왜냐면 한국 기업의 의뢰를 받은 프랑스 샹파뉴 현지의 양조장에서 샴페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샴페인을 정식 용어로는 'MA'(생산자 또는 재배자와 무관한, 구매자가 지정한 라벨을 달고 출시하는 샴페인)라고 합니다. 일종의 OEM 제품하고도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만, 샴페인 협회가 부여하는 고유의 면허번호도 존재합니다.
한국인 입맞에 맞췄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맞췄는지는 정식 정보를 들은 바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샴페인을 마시다보면 어떤 부분을 맞췄는지 떠오르는 대목들이 있습니다.
2. 샴페인의 맛과 향은?
전체적으로 연한 황금색을 보이며, 코르크를 갓 따면 달큰한 사과향이 올라옵니다. 달큰한 사과향에 이어서 음료수 '갈아만든 배'를 연상시키는 약간 갈변된 느낌의 배향과 구수한 누룽지같은 향이 동시에 올라옵니다. 전형적인 샴페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쉽게 써본 건데, 한 마디로 샴페인 특유의 효모향이 강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샴페인은 과일 중심적이고 가벼운 샴페인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묵직하게 떨어지는 스타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빈티지 샴페인에 적용되는 36개월 동안의 리즈 컨택(죽은 효모와의 접촉)을 거쳤다고 합니다. 보통 넌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최소 15개월의 리즈 컨택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넌빈티지 샴페인이면서도 빈티지 샴페인만큼의 숙성 기간을 가진 것입니다.
참가로 15개월 정도의 최로 리즈컨택을 거친 샴페인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가볍고 활달한 느낌을 줍니다. 과일 중심적이고 목넘김이 아주 경쾌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이 골든 블랑의 경우, 정 반대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고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바로 잔당입니다. 샴페인의 전 세계적인 대세는 최대한 '달지 않게' 가는 쪽입니다. 반면 이 골든 블랑의 경우, 은근한 잔당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도사지(최종 병입 단계에서 손실된 양만큼의 당분을 첨가해주는 행위)를 상당히 강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 적어도 리터당 10g 이상의 도사지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3. 블링블링한 황금색이 포인트
저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비록 오해에서 벌어진 착각이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샴페인을 '달달한 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게 아마도 모스카토 다스티의 영향인 것 같은데, 어쨌든 샴페인하면 탄산이 들어있다까지는 다들 알고 있는데, '달달하다'는 오해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도사지를 적게 하는게 대세라고는 하지만, 도사지의 양이 너무 적으면 마시는 사람이 거북함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샴페인 같은 경우는 어떤 것을 마셔도 산도가 상당히 세게 다가오는데, 도사지를 넉넉하게 하게 되면 단 맛이 강렬한 신 맛을 어느정도 억눌러 주는 효과가 벌어집니다.
따라서 샴페인은 달달한 술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인의 입맛을 어느정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4. 마케팅 포인트 : 선물 혹은 럭셔리한 장소
골든 블랑 샴페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외관입니다. 황금색이 정말 번쩍번쩍한데, 이 색상을 비닐 랩으로 둘러싼게 아닙니다. 골든 메탈 페인팅이라는 기법을 이용해서 아예 병 전체를 황금색으로 칠해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은 외양을 보면, 이건 제 짐작입니다만 클럽에서 호화 샴페인으로 사용되는 '아르망 드 브리냑'을 염두에 뒀다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색상이 바뀌는 병 전면의 페가수스가 있습니다. 온도가 맞지 않으면 흰색을 보이지만, 적절한 온도로 칠링이 되면 이 페가수스가 핑크색으로 바뀝니다. 소소하지만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외관, 아르망디를 연상시키는 모양새, 페가수스같은 포인트, 살짝 달큰하게 만든 스타일 등을 모두 고려해봤을 때, 이 골든 블랑 샴페인은 '럭셔리한 방향성'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물이나 클럽이나 파티와 같은 럭셔리한 장소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데일리용 일상소비와인으로 쓰기에는 너무 럭셔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마신 샴페인이었습니다. 최근 스타일과 정 반대로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병이 너무 예뻤습니다. 저도 이거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집 와인 랙에 걸어놨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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