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여기 포스팅까지 오셨다는 건, 지금 추석 선물로 와인을 생각하는 중이시란 뜻이고, 아마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불문율이 바로 '추석 선물세트는 사지 마라'입니다.
1.와인 애호가들이 추석 세트 상품을 사지 않는 이유
한 마디로 비싸서 입니다. 추석 와인 선물 세트는 와인 2병 정도를 묶은 다음에 예쁜 포장과 함께 저렴한 오프너와 호일커터를 넣어서 제공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세트로 묶으면 가격이 더 싸야 정상인데, 유독 와인에서는 포장값인지 몰라도 더 비쌉니다. 이번 설날 와인세트 중에서 모 수입사의 몬테스 클래식 2병을 묶은 상품의 정가가 5만 5천원에 나와 있는 걸 보고 기함했습니다. 평소에는 두 병을 더해봐야 2만 5천원도 하지 않습니다.
2.코스트코 DIY 와인 기프트 세트를 추천하는 이유
적어도 백화점같은 곳에서 호구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나쁜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백화점 와인 코너인데, 매우 비싼 가격에 추석 와인 세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스트코에서는 1년에 딱 두 차례 DIY 와인 행사를 합니다. 이게 뭐냐면 자기가 직접 선물세트에 담을 와인을 골라오면 이걸 예쁜 포장하고 호일커터, 오프너를 추가해서 판매하는 행사입니다. 당연히 포장 비용은 추가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올해는 8월 30일에 시작해 9월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2만원 이상 와인 2병을 구매하면, 와인 2병들이 포장박스를 줍니다. 혹은 5만원 이상 와인 1병을 구매하면 와인 1병들이 포장박스를 줍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호일커터와 오프너도 같이 줍니다.
코스트코 DIY 와인 기프트 세트를 추천하는 이유는 꼭 가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전에 말씀드렸지만, 명절 기간에는 '보르도 1호', '칠레 1호', '프랑스 1호' 이런 식의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이른바 '묻지마 선물세트'가 기승을 부립니다. 대체로 매우 형편없는 수준의 와인들이 담겨 있습니다. 재고떨이의 성격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스트코 DIY 와인리스트는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평소 코스트코에서 팔던 양질의 와인을 그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제약이 있긴 합니다. DIY 와인에 포함되는 와인은 따로 지정돼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일단 가격 제한(2만원 OR 5만원)이 있고, DIY 용 와인이 따로 지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1865같은 와인은 DIY 와인에서 빠집니다.(이게 희한한게 품종마다 좀 다릅니다)
하지만 코스트코에서 팔던 와인 거의 대부분이 DIY 와인에 포함돼 있긴 해서 큰 문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코스트코 와인은 대부분 확실한 소비자의 검증을 거친, 품질이 우수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와인을 잘 몰라도 대강 현장에 나와 있는 스태프의 말을 듣고 골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받는 사람의 취향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점도 확실한 장점입니다. 실제로 추석 선물로 받은 와인을 막상 마셔보고 인상을 쓴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추석 선물로 나오는 와인 세트의 품질이 그만큼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코스트코 DIY 세트를 하게 되면, 적어도 상대가 받은 와인을 마시고 나서 실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3. 그럼 어떤 코스트코 와인을 고를까
여기부터는 개인의 취향 문제라서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이 '와인 초보'라는 가정을 갖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루이 마티니 나파밸리 카베르네 쇼비뇽입니다. 언제 봐도 기본 이상의 맛과 향을 보여주는, 잘 만든 나파 와인입니다. 호주 와인인 다렌버그 데드암 쉬라즈는 단일 병이 5만원 이상이라서 포장이 제공됩니다. 매우 품질이 좋은, 진득한 느낌의 쉬라즈 와인입니다. 그리고 스테디셀러인 '카멜 로드'도 추천합니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나오는 피노 와인인데, 이 와인 별로라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마셔보지 않고 선입견으로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직접 마셔보면 꽤나 가격대비 품질이 좋습니다.
그냥 유명한 거 고르고 싶으시다면, 몬테스 알파 스페셜 퀴베라는 와인이 이번에 DIY로 풀려 있습니다. 이 와인은 기본 이상의 품질을 늘 보장하니, 실패하지 않는 선택이 되실 겁니다. 조금 난해한 와인이긴 하지만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라는 이탈리아 와인이 매우 좋은 가격(6만원대)에 DIY에 나와 있습니다. 품질이 상당히 우수한 와인이니, 여유가 되신다면 한병 구입을 권합니다.
사실 워낙 추천드릴 제품이 많아서 일일이 다 적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코스트코 와인들은 평균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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