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이제 3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쯤이면 마트, 백화점, 와인샵 가릴 것 없이 저마다 추석 와인 선물 세트를 파는데 집중합니다. 사람들에겐 민족의 대명절이지만, 와인을 파는 사람들에게는 1년에 두 차례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1. 명절 선물로 딱인 와인 세트
사실 추석 선물로 와인만한 것이 없기도 합니다. 추석 선물로 '소주'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는지 바꿔 생각해보시면 금방 이해가 가실 겁니다. 어느 정도의 격식도 갖추면서 가격대 역시 크게 부담없는 5~10만원 대로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추석과 설날 직전은 1년 중에 와인 가격이 가장 비싼 시기이기도 합니다. 다들 '세트'라며 엄청나게 싸게 파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은 굉장히 많이 이윤을 남기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와인에 대한 정보가 1도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단 와인을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라도, 대체 무슨 와인을 어디서 사야하는지부터가 난감하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서 '호구당하지 않고 와인을 사느냐'가 문제입니다.
2. 백화점에서 파는 와인은 일단 거르자
백화점은 평시, 세일기간 가릴 것 없이 항상 와인이 가장 비싼 곳입니다. 매대에 진열된 와인을 보면 10만원 짜리를 90%할인해서 1만원에 판다고 적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 와인은 90% 할인을 해도 마진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각 수입사들의 '희망 판매가'를 기준으로 할인 가격을 책정합니다. 희망 판매가는 말 그대로 '팔기를 원하는 가격'인데, 대체로 터무니없이 높게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수입사들조차 저 가격에 사람들이 사갈 것을 기대하지 않는 그런 가격 말입니다.
그래서 9월 추석 명절 시기를 앞두고 백화점에서 와인을 사는 것은 호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 시기엔 대체로 와인을 사지 않는 편이기도 합니다. 다만 본인이 백화점 와인 판매 직원과 친분이 두텁다면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백화점 판매 직원, 특히 관리자급은 할인에 대한 재량이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된 가격이 아닌, 다른 가격으로 와인을 공급해줄 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3. '묻지마 와인 세트'를 피하자
특히 추석 시기에는 이른바 '묻지마 와인 세트'가 대량으로 풀립니다. '묻지마 세트'란 프랑스 등 유명 와인 생산국의 타이틀만 달았을 뿐, 실상은 형편없는 퀄리티를 보이는 와인 2병을 묶어 파는 세트를 말합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샤토(chateau) 블라블라'처럼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다 세트 판매가라니 현혹당해서 집기 딱 좋지만, 절대 피해야할 세트 상품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사례지만, '프랑스 와인 x호' 이름을 달고 나오는 세트 상품도 이런 '묻지마 세트'에 해당합니다. 포장을 매우 그럴싸하게 해놨겠지만, 매우 낮은 품질을 보이는 악성 재고인 경우가 많습니다. 언뜻 봤을 때 가격이 저렴해 보여서 손이 갈지도 모르지만, 가격이 저렴한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늘 예외는 있습니다. 초프리미엄급 와인 세트라며 정말 좋은 와인 2개를 묶어 파는 경우도 있고, 간혹 스테디셀러인 와인 2병을 묶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와인을 전혀 모르는 분 입장에선 뭐가 프리미엄이고 뭐가 스테디셀러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왕 2병 들이 묶음 세트를 사실 거라면, 가급적 잘 알려진 와인샵을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4. 1병짜리 와인 포장 상품을 주목하자
오히려 1병을 예쁘게 포장한 추석 상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병만 갖고 포장했다는 건, 바꿔 말하면 1병만으로도 충분히 상품 가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굳이 2병을 묶어서 떨이처럼 팔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마트나 창고형 매장에 들어오는 1병짜리 포장 상품을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추석 기간에 포장되어 있지 않은 균일가 상품이 풀리기도 하지만, 지금은 선물을 찾는 시기기 때문에 포장 상품에 주목해야 합니다.
작년같은 경우는 와인잔하고 세트로 묶어 파는 샴페인 중에서 대박 아이템들이 몇개 있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페리에 주에 세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잔하고 샴페인을 묶어서 포장해서 파는 아이템이었는데, 물론 수입사의 이윤이 보장된 가격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소비자 입장에선 상당히 좋은 가격의, 좋은 품질의 추석 세트 상품이었습니다.
5. 뉴스에서 소개된 '와인 세트 상품'은 피하자
역설적이게도 인터넷 뉴스에서 소개된 와인 세트 상품 중에서 허접한 것들이 많습니다. 보통 뉴스에서 소개했으니 퀄리티가 어느 정도 보장된 제품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추석 와인 세트 상품을 다룬 뉴스는 대부분 보도자료를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아무 의미 없는 기사입니다. 좀 심각한 매체에서는 아예 전달받은 보도자료를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인터넷 송출하기도 합니다.
일부 기사에서는 특정 주류 MD의 멘트를 인용해서 "고객이 원하는 주류를 준비했다", "코로나 시대의 홈술족을 위한 와인을 마련했다" 등의 보도를 하기도 합니다. 마치 MD를 직접 취재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보도자료에 실린 기사작성용 전문가 멘트를 그대로 카피한 것에 불과합니다.
사실 PR이나 뉴스쪽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대번에 '짜깁기 와인 기사'를 눈치채시지만, 대부분의 뉴스 소비자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PR쪽 분들은 아주 싫어하시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PR 보도자료로 만들어진 와인 기사는 그냥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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