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와인을 몰라도 누구나 아는 다섯 가지 와인
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와인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다섯 가지 와인은 다들 기억하고 계십니다. 바로 1865, 샤토 딸보, 모엣샹동, 돔페리뇽, 아르망디입니다. 돔페리뇽과 아르망디가 유명한 이유는 세대에 따라 좀 다른데, 아무래도 클럽이나 룸살롱 등 유흥시설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가수 승리가 운영하던 버닝썬에서는 이른바 '만수르 세트'라고 아르망디 여러 병을 묶어서 1억에 팔기도 했습니다.
1865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18홀을 65타에 치라는 골프 마케팅으로 유명해진 와인이고, 모엣 샹동은 대량생산 샴페인의 대표적이라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샤토 딸보의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쳐온 프랑스의 그랑 크뤼 와인입니다.
2.샤토 딸보가 왜 한국에서 유명해졌나
여기에 대해선 많은 썰들이 존재합니다. 198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 해외에 출장 등 목적으로 나간 대기업 직원들이 프랑스에 가서 와인을 사긴 사야 했는데, 도저히 라벨을 읽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프랑스의 그랑 크뤼급 와인이 '샤토 딸보'였다는 썰입니다. Chateau Talbot. 딱 봐도 읽기 제일 쉬워 보였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른 썰로는 퍼스트클래스 썰이 있습니다. 1970년대 무렵 샤토 딸보가 대한항공 퍼스트클래스에서 서빙된 적이 있는데, 그때 국내 유력 정계와 재계 인사들이 이 와인을 처음 접하고 굉장히 마음에 들어해서 국내에 돌아온 뒤에도 찾았다는 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히딩크 썰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히딩크 감독이 "오늘 밤은 와인 마시고 푹 쉬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이 와인이 바로 샤토 딸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3. 딸보, 사실은 장군의 이름
사실 딸보는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당시 활약한 영국의 장군인 존 탤벗(John Tabot)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 보르도는 영국령이었는데, 이때 보르도 주민들은 프랑스인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영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탤벗 장군은 뺏긴 보르도를 탈환하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떠나는데, 당시 열렬한 보르도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백년전쟁 최후의 전투인 카스티용 전투에서 탤벗 장군은 프랑스군에 패해서 70세의 나이로 전사하게 되는데, 보르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도와주러 먼 프랑스까지 달려와 준 탤벗 장군을 기리기 위해 와인 이름에 그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는 에피소드입니다.
4. 샤토 딸보를 얼마에 사야 적정 가격일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내에선 '적정 가격' 내지는 과거의 '권장 소비자가'와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파는 사람 마음입니다. 그래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나름 정보를 교환해 최저가 판매장소를 찾아서 와인을 구입합니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국내 와인 판매는 이런 사람들을 '호구'로 여기고 막무가내식의 가격을 붙여서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샤토 딸보같은 경우는 워낙 인기 와인이라서 파는 곳마다 가격이 제각각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딸보 가격은 5~7만원대에 형성됐지만, 이것도 옛말입니다. 와인 가격이 워낙 뛰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최저가는 코스트코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만 해도 8만 9,900원에 팔았는데 올해 들어온 샤토 딸보 2018 빈티지의 경우 99,9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매장에서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지방의 일부 매장에서는 아직도 재고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미리 연락하고 찾아가보시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항상 최저가를 찾을 순 없습니다. 이동거리 등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와인 가격의 선을 그어놓고 구매하는 게 중요합니다. 롯데마트 등 시중 마트에서는 샤토 딸보 와인을 대략 10만원대 중반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충 봤을 때, 10만원대 중반쯤에 팔고 있다면 큰 미련 갖지 말고 그냥 사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에도 샤토 딸보를 팔긴 하는데, 정상가격을 11~13만원대 중반에 잡아두고 있습니다. 빈티지마다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살 때는 일년에 몇 차례씩 있는 이벤트 기간을 노리면 좋습니다. 얼마 전에도 5만원 이상 와인을 3병 이상 사면 30% 할인을 적용해주는 프로모션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이 경우, 딸보의 가격이 9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코스트코보다도 더 싸집니다.
(참고로 이 30% 행사가 좋긴 한데, 상술이 아주 짙게 드리운 이벤트라는 점도 아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시가격을 평소에 11만원 정도에 팔다가 이벤트 기간이 되면 13만원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30%를 할인하는 식입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착각을 유도하는, 매우 전형적인 '못된' 마케팅입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영리한 분들은 머지포인트란 것을 이용해서 8만원대 초반에 샤토 딸보를 구입하신 분들도 계십니다만, 머지 대란 사태는 다들 아실거라서 이 부분은 한 때의 추억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5.5만원에 파는 샤토 딸보를 본 것 같은데
맞게 보셨습니다. 10년 전에 일단 그렇게 팔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이벤트로 5만원에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건 거의 미끼성 상품이라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보통 이마트 장터 기간에 '줄서기' 항목으로 나오는 와인인데, 본인이 시간이 아~주 많으면서 와인을 단 한푼이라도 싸게 사는데 진심이시라면 새벽부터 이마트에 가서 줄 서시면 됩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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