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지금까지는 간단한 와인의 정의, 그리고 와인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효모'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 관한 글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술 중에서 왜 와인을 마실 필요성이 있느냐 하는 의문에 대한 답입니다.
1. 와인을 왜 마셔야 할까 -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정답은 '굳이 안 마셔도 된다'입니다.
와인 관련 블로그에서 와인을 굳이 마실 필요가 없다니 무슨 말인가 싶으실 겁니다.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와인은 마셔도 그만, 마시지 않아도 그만인 제품입니다.
와인, 더 넓게는 술이라는 것은 '기호품'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호품이 존재합니다. 와인을 포함한 모든 술은 기호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매일 입에 달고 사는 '커피' 역시 기호품입니다. 탄산음료 역시 기호품의 일종입니다. 끊기 그렇게 어렵다는 담배 역시 기호품입니다. 공통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안 해도 되는 것이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는 것들'이 바로 기호품의 정의입니다.
2. "너는 와인 왜 마셔?"
그런데 유독 와인과 관련해선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좀 공격적인 뉘앙스를 담아서 '(떫고 쓰고 비싸기만 한) 와인을 왜 마시냐'는 질문입니다. 핵심은 괄호 안에 있는 부정적인 묘사들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쿨한 대답과 좀 더 진지한 대답이 있습니다.
먼저 쿨하게 대답하신다면 '응 내 마음이야'가 정답입니다. 공격적으로 묻는 사람에게 굳이 진지하게 답을 해줘봐야 서로 피곤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여러분에게 진지한 태도로 '와인을 왜 마시냐'고 묻는다면 이런 답들이 가능합니다.
(1) 와인은 다양성이 있는 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주와 비교해보겠습니다.
각 소주마다 아주 미미한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건 첨가하는 화학합성물질의 차이에서 오는 맛의 차이입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알코올향 + 첨가물로 만든 단맛이 전부인 술이 바로 소주입니다. 모두 은연중에 알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는 진실이 있습니다. 희석식 소주는 오직 싼 가격 외에는 어떠한 메리트도 존재하지 않는 술이라는 사실입니다.
반면 와인에는 다양성이 있습니다. 스틸와인, 스파클링 와인, 주정강화 와인 등 일단 큰 틀부터 벌써 세 종류가 존재합니다. 이 세 종류마다 각각 레드, 화이트, 로제 세 종류의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3 곱하기 3 해서 일단 출발부터 9가지 종류의 와인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별도 카테고리로 존재하는 스위트 와인까지 있습니다.
9가지 종류의 와인에서도 스타일이 엄청나게 많이 갈라집니다. 가령 스틸 레드 와인(ex) 몬테스 와이너리의 레드와인)만 해도 몬테스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레드 와인이 존재합니다. 똑같은 와이너리에서 만든 레드와인임에도 스타일이 제각각인 것입니다. 한 마디로 와인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와 스타일이 존재하는 술입니다.
(2) 와인은 풍미가 다채로운 술
단 하나의 와인에서도 온갖 향들이 피어오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소테른 지역의 '샤토 디켐'에서는 꿀, 토피, 삼나무, 레몬, 라임, 아몬드, 토스트 등 정말 다채로운 아로마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단 한 병의 와인을 오픈해도 최소 3~4가지 이상의 풍미를 즐기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와인 애호가들이 "이 와인에서는 정향, 계피, 민트, 검은 과일, 유칼립투스, 바닐라의 풍미가 있어"라고 말하면 '이게 무슨 허세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와린이일때 그랬습니다.
이 문제는 와인에 애정을 갖고 계속 시음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보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지금 여러분의 후각 상태가 저런 향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코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코에 대한 후각 트레이닝이 안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아는 향 정도 밖에 느끼질 못하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해드릴 예정입니다.
(3) 와인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술
사실 이 부분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상당수의 술은 공부라고 할 것들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통 길어야 한두달 정도면 특정 주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케와 같은 예외도 있습니다.
반면 와인은 매우 공부할 것이 많은 술입니다. 암호처럼 써 있는 와인 라벨부터가 초심자 분들에게는 큰 진입장벽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칠레 같은 신대륙 쪽의 와인 라벨은 그나마 읽기가 쉽지만, 역시 난해하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만큼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해 도전의식을 고취시키는 술이기도 합니다.
기껏 라벨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이제 온갖 복잡한 단어들이 가로막습니다. 와인의 풍미를 설명하는 용어만 해도 도저히 감도 오지 않는 단어들이 가득합니다. 정향, 블랙커런트, 딜(dill) 아로마라고 하면 과연 한국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반면 이러한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싫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고작 술 정도를 마시는데 머리를 싸매가면서 마셔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적은 사실 타당합니다. 와인은 상당히 진입장벽이 높은 술입니다. 그러다보니 애호가들만 신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우려가 큽니다.
이런 이유 외에도 와인을 마실 필요성에는 '사회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와인을 마셔야할 사회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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