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와인 인구가 워낙 급격히 늘어나다보니 대형마트나 가전매장에선 요새 반드시 와인 셀러(냉장고)를 배치해놓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와인을 전혀 모르는 분 입장에서는 대체 뭘 사야할지 막막하기 짝이 없는 일일 겁니다. 특히 한 번 사고나면 적어도 몇 년을 사용해야하는 가전제품의 특성 상, 구입은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1.이쇼리의 와인셀러는
저는 그동안 와인셀러 2가지를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LG 디오스 와인셀러 80병 짜리를 구입해서 굉장히 오래 사용했었고, 어느 순간 와인 셀러의 용량이 부족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존 셀러를 중고로 판 뒤 비노케이브의 200병짜리 와인셀러를 구입해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냉장고의 특징은 한 마디로 '대용량'이란 점입니다. 80병 규모의 LG 와인셀러는 꽉꽉 우겨담으면 대략 한 70여병 정도를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좀 다르겠지만, 보통 70~80병 규모의 셀러는 굉장히 큰 편에 속합니다. 200병 규모는 시중에 판매되는 셀러 중에서는 비교적 초대용량에 속합니다. 종종 200병 이상인 셀러가 있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적당한 선에서는 비노케이브 셀러가 용량만 놓고 보면 가장 큰 편에 속합니다.
2.일단 내가 왜 셀러를 사는지부터 생각해보기
셀러를 구입하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가장 먼저 셀러가 정말 필요한지부터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의 한달 와인 소비가 5병도 되지 않는 분이라면 굳이 셀러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선반 위에 놔두고 필요할 때 마시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실제로 한달 와인 소비가 5병 정도인 분이라면 5병이 초프리미엄급, 다시 말해 장기 숙성을 목표로 설계된 와인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상소비용 데일리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데일리 와인을 보관하는데 있어서 굳이 셀러같은 덩치가 큰 가전제품을 놔둘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LG 셀러 80병짜리를 사서 오랫동안 썼지만, 실제로 80병이 완전히 차버려서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건 구매 뒤 몇년이 흐른 시점이었습니다. 셀러를 구매해서 몇년 동안 와인 경험을 쌓다 보니 장기 숙성형 와인을 구비해놓게 됐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80병이 찬 경우입니다.
특히 셀러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일반적으로 굉장히 덩치가 큰 가전입니다. 집 안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넓다는 뜻입니다. 본인의 와인 소비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굳이 불필요한 덩치 큰 가전을 놔두는 것 자체가 공간의 낭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본인의 집에 그늘이 많고 굉장히 전체적으로 서늘한 편에 속한다면 굳이 셀러를 살 필요도 없습니다. 집 안의 온도가 대략 10~20도 사이로 유지된다면 와인을 그냥 막 보관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한국의 집 온도가 여름에는 30도가 넘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 안의 서늘한 공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본인의 집이 굉장히 넓고 와인셀러를 단순히 보관용도가 아니라 '인테리어적인 용도'로 산다면 이야기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셀러를 인테리어 용도로 쓰신다면 어느 정도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의 규모가 있는 분인 만큼, 본인이 보기에 '가장 예쁜 셀러'를 그냥 사시면 됩니다.(보통 가장 예쁜 셀러는 가장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3. 컴프레셔 냉각 방식
일단 셀러를 사는 쪽이 이득이라는 판단이 섰으면 그 다음으로는 냉각 방식을 결정해야 합니다.
냉각 방식에는 크게 두 종류가 존재합니다. 반도체 냉각과 컴프레셔 냉각입니다. 웬지 컴프레셔하면 '모터'가 떠오르고, 웬지 더 후진 냉각방식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실상은 정 반대입니다.
일단 컴프레셔 냉각 방식이라면 보통의 일반적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그 냉각 방식을 말합니다. 집의 냉장고를 가만 놔두면 '웅~~'하는 소리가 들릴텐데, 그게 바로 컴프레셔가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컴프레셔는 한 마디로 '냉매'를 이용해서 와인 셀러 안을 차갑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냉각 효율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대용량 와인셀러에 주로 채택됩니다. 대략 40병 이상의 와인셀러라면 거의 대부분 '컴프레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컴프레셔가 돌면서 일정 수준의 진동이 발생하긴 하지만, 대부분 요새 셀러는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줄 만큼의 진동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컴프레셔 방식의 가장 단점은 소음입니다. 사람들이 컴프레셔 방식의 냉각을 채택한 셀러 중에서 LG 디오스 셀러를 많이 선호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컴프레셔 방식 셀레 중에서 LG 제품이 가장 소음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비노 케이브 같은 경우는 세팅된 온도로 내부를 맞추기 위해서 일정 시간마다 컴프레셔가 돌아가는데, 정말 시끄럽습니다. 대용량을 위해서 소음을 포기한 측면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컴프레셔 방식의 와인셀러는 침실에 놔서는 안 됩니다. 그 보다는 여유 공간, 특히 서재같은 곳에 두는 쪽이 더 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대한 사람이 자는 곳과는 거리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4.반도체 냉각 방식
소음이 극단적으로 적습니다. 거의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입니다. 도서관의 소음이 보통 30~40데시벨 정도인데, 반도체 냉각 방식 셀러의 소음은 20~30데시벨 수준입니다. 침실 바로 옆에 둬도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반도체 냉각 방식의 셀러는 '저소음'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습니다. 반도체 냉각은 반도체에 전기를 흘리면 한쪽은 차가워지고 한쪽은 뜨거워지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컴프레셔는 처음부터 '냉각'을 위해 탄생한 장치입니다. 반대로 반도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다보니 반도체의 '발열-냉각' 특징을 알게 됐고, 이를 냉장고에 응용한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냉각의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왜 40병 이상의 셀러에는 그토록 조용한 반도체 냉각 방식을 적용하지 않을까요. 간단합니다. 반도체 냉각으로는 큰 사이즈의 와인셀러를 제대로 냉각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냉각 방식이 효율이 좋다면, 아마도 벌써 자동차 같은 곳에 컴프레셔가 아닌 반도체 냉각 방식이 도입됏을 겁니다.
심지어 30병 이하 규모의 소형 셀러에서도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후기가 차고 넘칩니다. 어떤 분은 한 여름에 반도체 셀러 방식의 내부 온도가 무려 30도에 육박했다는 목격담을 올리기도 하십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냉각 방식에는 재미있는 또 다른 장점이 존재합니다. 소형 셀러에 채택되다보니 의외로 '보기에 예쁜' 제품들이 많다는 겁니다. 참 우스운 이야기인데, 반도체 냉각 방식이라서 셀러의 외형이 이뻐진 건 아니지만, 셀러가 작다보니 결과적으로 예쁘게 디자인해서 갖다 놓을 수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반도체 방식이라서 생긴 장점은 아닌데, 소형 셀러다보니 결과적으로 값이 많이 쌉니다. 8병이 들어가는 셀러같은 경우 10만원대 초반이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건 하나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는 대형 셀러는 잘 안올라오고 죄다 소형 미니 셀러만 판다고 올라옵니다. 이건 그만큼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반증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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