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이제 와인을 어느 정도 마신 분이라면 집에 괜찮은 와인잔 하나 놔둘 생각이 드실 겁니다. 꼭 와인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손님이 사용할 용도로 집에 와인잔 몇 개 정도는 놔두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저희 부모님은 와인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심에도 집에 4~5개 정도의 와인잔을 비치해두고 계십니다. 쓸 일이 반드시 있다는 뜻입니다.
1. 비싼 와인잔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잔이 등장합니다. 주로 전자제품을 다루는 '다나와'같은 사이트에서도 와인잔 가격을 비교 검색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먼저 정해야할 건, 내가 와인잔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손님 접대용 정도인지, 아니면 내가 가끔 집에서 혼술할 때 사용할 잔이 필요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심미적인 이유로 전시할 와인잔이 필요한지에 따라 구입해야할 와인잔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말씀드리면 와인잔은 절대 비쌀 필요가 없습니다. 이른바 '범용 와인잔'으로도 와인의 기본적인 아로마와 부케를 느끼는데 대체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런 범용 와인잔은 마트같은 곳에서 손쉽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범용 와인잔이 중요한 이유는 늘 가까이에 두고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설겆이 하기가 쉽고, 잘 깨지지 않고, 깨지더라도 비용적인 타격이 거의 없는 그런 와인잔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집에 고가의 제품인 리델 소믈리에 시리즈를 여러 종류 비치해두고 있긴 하지만, 그냥 데일리 와인을 마실 때는 리델 제품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우 저렴한 가격의 셰프앤소믈리에라는 브랜드의 와인잔을 씁니다. 리델같은 제품은 손님이 오시거나 혹은 블로그용 촬영을 할 때 사용하지, 평상시에는 잘 손이 가질 않는다는 뜻입니다.
2. 플라스틱 와인잔도 괜찮습니다
극단적으로 플라스틱 와인잔을 쓰셔도 괜찮습니다. 다이소나 마트에 가 보시면 플라스틱으로 된 와인잔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대략 몇천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플라스틱 와인잔이 괜찮은 이유는 무색, 무취해서 와인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값은 유리로 된 와인잔보다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다는 엄청난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심미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별로지만, 어차피 지금은 와인을 처음 접하고 알아가는 단계기 때문에 굳이 고가의 와인잔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딱 하나, 와인을 마실 때 절대 피해야할 잔이 있습니다. 바로 종이컵입니다. 종이컵은 워낙 재질이 약해서 금새 흐물흐물해지는데다 와인에 종이 특유의 향을 배이게 만듭니다. 게다가 종이컵의 형태가 와인의 아로마와 부케를 거의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만약 야외에 나가서 와인을 마셔야하는 상황인데 유리잔이 없다면 차라리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구입해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3. 추천하는 범용 와인잔
그래도 너무 싸구려 와인잔은 피하면서 무난한 범용 와인잔이 필요하시다면 몇 가지 추천드리고 싶은 제품이 있습니다.
슈피겔라우라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보르도 와인잔은 2개에 3만원도 하지 않습니다. 와인잔의 기본적인 역할은 모두 해내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 제품을 먼저 추천드립니다.
이거보다 조금 더 싼 제품이 쇼트즈위젤이라는 브랜드의 와인잔입니다. 여러 레인지가 존재하지만 범용 보르도 잔이라면 개당 만원 정도 하는데, 이 정도면 지갑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가격입니다.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제품은 쉐프앤소믈리에라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와인잔입니다. 이 제품은 잔의 형태도 상당히 특이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설겆이가 쉽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와인잔의 스템(기둥)부분과 림이 다소 두껍긴 하지만, 그만큼 잘 깨지지 않습니다. 가격은 개당 18000원 꼴인데, 와인 애호가분들은 농담삼아 쉐프앤소믈리에 제품을 한 번 사면 10년은 쓴다고도 합니다. 집에 와인잔이 하나도 없다면 '오픈업' 제품을, 와인잔이 몇개 있다면 귀여운 모양을 지닌 '마카롱'을 구입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4. 절대적으로 피할 제품, 잘토
한편 와인잔도 당연히 하이엔드급 제품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리델과 잘토가 있습니다. 저는 두 제품 모두 집에 갖고 있는데, 볼 때마다 '예쁜 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양은 정말 황홀하지만, 꽃처럼 언제 부서질지 몰라 노심초사해야하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리델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튼튼한 편이지만, 잘토는 그렇지 못합니다. 잘토 제품 중에 가장 유명한 게 '잘토 유니버셜'과 '잘토 버건디'인데 두 제품 모두 내구성이 매우 약합니다. 제품의 퀄리티 자체는 솔직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긴 합니다. 특히 잘토 버건디를 써보시면 입에 닿는 림의 감촉이 그야말로 베일 것 같이 섬세합니다. 본인이 잘 관리할 자신만 있다면 잘토 버건디가 정말 좋은 제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여지없이 잔이 깨집니다. 잔의 림이 워낙 얇기 때문에 설겆이를 조심스럽게 해도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제일 위험할 때가 바로 잔을 닦을 때입니다. 보통 와인잔은 린넨천 2개를 이용해 밖과 안을 차례로 닦는데, 안쪽에서 힘을 살짝만 줘도 그대로 부서질 정도로 약합니다. 일부 와인 애호가들은 농담을 섞어서 '잘토 버건디는 와인만 부어도 깨진다'고 놀리기도 합니다.
잘토잔이 정말 잘 만든 제품임은 분명하지만, 이제 막 와인에 입문하신 분이라면 굳이 이런 높은 가격에다 잘 깨지기까지 하는 제품을 구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느정도 와인에 숙련된 뒤에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현재 잘토잔은 국내에서 구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원자재 이슈가 있어서 수입되는 물량 자체가 적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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