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와인에 관심을 가지시다 보면 필연적으로 좋은 와인잔에도 눈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와인 한두병 살 돈을 아껴서 좋은 와인잔을 사놓는 게 웬지 이득일 것만 같은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런데 또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꼭 좋은 와인잔을 살 필요도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실일까요.
1. 와인잔, 비싼 제품이 좋은 건 당연합니다
기대하시는 답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와인잔은 비싼 제품이 당연히 더 좋습니다. 싼 제품을 써도 '문제가 없다'는 것일 뿐, 당연히 비싼 제품이 더 좋으며, 좋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싼 와인잔이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좋은 와인잔은 언제나 비싸다
이건 진리입니다. 본인이 느끼기에 좋은 와인잔이다 싶으면 여지없이 가격이 최소 5만원 이상으로 치솟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도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좋은 와인잔'이란 대체 무엇이냐는, 바로 기준입니다.
2.좋은 와인잔의 기준 첫번째, 무게
좋은 와인잔의 최우선 기준은 일단 무게입니다. 보통 와인잔에 담기는 와인 용량은 좀 작다 싶어도 350ml고 큰 잔들은 900ml까지 나가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와인을 부으면 정말 손목이 휘청한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좋은 와인잔이라면 '가벼워야' 하는 겁니다. 이건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3. 좋은 와인잔의 기준 두번째, 림의 두께
림의 두께, 즉 볼의 가장 가장자리의 입술과 닿는 부분의 두께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와인 애호가 분들 중에서는 림을 통해 입술에 닿는 촉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만약 림이 너무 두꺼운 와인잔이라면 훨씬 마시기가 불편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림이 두꺼울수록 입술에서 와인이 흘러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글로만 봤을 때는 의아할 겁니다. 입에 닿는 촉감이 와인 테이스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막상 두꺼운 잔하고 얇은 잔을 놓고 같이 마셔보면 즉각 느껴지게 됩니다.
4. 좋은 와인잔의 기준 세번째, 크리스털 재질
이건 무게, 두께 등 앞서 말씀드린 기준과 모두 관련이 있습니다. 일단 와인잔이 투명하다고 해서 다 유리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크리스털로 만든 와인잔은 유리보다 훨씬 얇게 뽑아낼 수 있으며, 잔 끼리 부딪쳤을 때 굉장히 소리가 맑게 납니다. 광택의 측면에서도 유리잔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예전에는 크리스털로 만든 잔에는 납 성분이 제법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요새는 리드 프리, 즉 납을 넣지 않고 만드는 크리스털 와인잔이 나오고 있습니다. 와인잔을 구매하시기 전에 꼭 이건 한번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각 제조사 홈페이지에는 리드 프리 제품인지 여부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5. 좋은 와인잔의 기준 네번째, 외관
참고로 저는 5번을 기준으로 와인잔을 고릅니다 .5번이 가장 압도적인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외관'이라는 있어 보이는 단어를 썼지만, 사실 간단합니다. 예뻐 보이는 잔을 산다는 뜻입니다.
와인잔의 제1기능은 당연히 와인을 따라 마시는 것이겠지만, 심미적인 측면도 굉장히 강합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 작품사진을 보면 와인잔이 등장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소주잔과 맥주잔이 작품 사진에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와인을 잔에 부었을 때 보여지는 그 특유의 시각적 느낌은 와인을 '폼나는 음료'로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같은 재질, 같은 가격이라면 '눈으로 봤을 때 예쁜 것'을 집는 게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제가 예전에 추천드린 셰프앤소믈리에라는 브랜드의 와인잔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기계로 와인잔을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이 쌉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제품을 애용하는 건 '외관' 때문입니다.
전 집에서 셰프앤소믈리에의 '마카롱' 시리즈를 자주 씁니다. 제가 이 잔을 산 이유는 간단합니다. '귀엽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와인잔이 어느 정도 늘어나기 시작하면 결국은 이쁜 걸 집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죄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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