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제가 와인 생활을 시작한 뒤 정말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은 뭐부터 마셔야 하나요'입니다. 이 질문이 참 난감한 이유가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라서 무엇을 집어야할지 정말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심자 분들에게는 초보 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를 늘 권해드리는 편입니다.
1.모스카토 다스티는 어떤 와인인가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탈리아 와인입니다. 이탈리아 북서쪽에는 '피에몬테'라고 불리는 주가 존재합니다. 이 주에서 와인과 관련 있는 핵심 도시는 크게 두 곳이 있는데, 하나가 '알바', 다른 하나가 '아스티'라는 곳입니다.
이탈리아어에서 전치사 di는 영어의 of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모스카토 다스티를 풀어보면 Moscato(모스카토) d'(of) Asti(아스티), 즉 아스티의 모스카토라는 의미가 됩니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탈리아 아스티 지역에서 만드는 '모스카토 비앙코'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바로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약간의 탄산이 있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마셔보면 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없지도 않은 묘한 수준의 탄산이 올라옵니다. 보통 약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면 생기는 쥬스가 있는데, 딱 그정도의 기포를 지닌 와인입니다.
2.모스카토 다스티는 왜 인기가 많은가
모스카토 다스티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이유는 확실합니다. 탄산이 과하지 않고, 알코올 도수도 4.5~6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입 안을 즐겁게 해주는 은은한 단맛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입 안에서 팡 하고 터지는 과일향이 존재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싫어할 요소가 거의 없는 와인이라서 많은 분들이 초심자용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포도 껍질에서 나오는 타닌 특유의 쓴 맛도 없고, 단맛 덕분에 접근성이 정말 좋습니다.
결정적으로 생산량이 거의 매년 1억 병 수준이라서, 마트나 백화점, 소규모 와인샵 등 어느 곳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모스카토 다스티는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나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는 1만원대 초반의 저렴한 와인입니다. 간치아는 특히 모스카토 다스티의 시초라고 할 만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집에 한 병 정도는 비치해 둘만큼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합니다.
약간 가격대가 올라간 모스카토 다스티 중에서는 이른바 '3대장'이란 것이 있습니다. 워낙 고품질로 정평이 나 있어서 많은 분들이 구입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3대장이란 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 비에띠 모스카토 다스티, 라 스피네타 모스카토 다스티 브리코 콸리아입니다. 모두 매우 좋은 퀄리티의 풍성한 스타일의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하지만 이 3대장 모스카토를 구하기 위해 굳이 발품을 팔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이 세 와인은 와인샵 정도 되는 곳에 가야 있기 때문에, 마트 등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뉴질랜드의 쇼비뇽 블랑처럼 제품별로 아주 극적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고품질의 모스카토 다스티가 있긴 하지만, '극적이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냥 라벨에 '모스카토 다스티'라고 적혔는지, 병목에 황금색 띠가 둘러 있는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뭘 골라도 중간은 가는 괜찮은 와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4. 모스카토 다스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알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어디가서 한두 마디 정도 보탤 정도의 도움은 되는 지식입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일반적인 와인 만드는 방식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아스티 방식'이라는 '탱크 방식'의 변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제일 먼저 일단 포도송이를 가지와 분리한 담에 압착기로 보냅니다. 압착한 주스는 한동안 저온의 냉장 탱크에 보관해둡니다.
만약 와인 발주가 들어오게 되면 냉장 탱크에 보관해둔 주스의 온도를 다시 올려서 발효를 시작시킵니다. 그런데 발효를 끝까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이 5도 정도 됐을 때 강제로 탱크의 온도를 확 떨어트려서 발효를 멈추게 만듭니다. 그리고 발효가 되다가 만 주스를 걸러내서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 등을 싹 걸러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발효가 중간에서 멈췄기 때문에, 은은한 포도주스의 단맛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도 약간의 탄산과 알코올이 들어 있는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모스카토 다스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사실 마지막 양조 방식은 굳이 몰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만들어지는 와인이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되니 참고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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