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향에 이어 이번에는 3차 향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차 향이란 무엇인가
3차 향을 흔히 '숙성향'이라고도 하는데, 아주 엄밀하게 말하면, 양조 과정이 끝난 뒤 오크통 등 양조용 용기에서 산화와 환원 반응에 의해 생겨난 모든 향을 뜻합니다. 따라서 흔히 2차 향이라고 알려져 있는 '오크통 향'은 엄밀히 말하면 3차 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정의가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만, 3차 향에 오크통으로 발현되는 향을 포함시키는 게 보다 타당합니다. '숙성향'이라는 것의 기간 정의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숙성향이란 것이 발현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와인은 숙성향을 발현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드는 반면, 또 다른 와인은 불과 몇년 만에 숙성향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고가의 와인들은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야 숙성향이 발현됩니다. 따라서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오크통으로 생겨나는 향을 3차 향에 넣는 게 분류상 보다 명확해 보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미 와인을 좀 드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오크통 향이 '2차 향'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대가 몇차 향인지에 대해 언급하면 틀렸다 맞다는 따져묻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그냥 상대가 이런 취지로 이야기했다는 의미 정도만 파악하면 될 듯 합니다.
3차 향의 발현 원리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단연 오크통입니다. 다만 오크통을 똑같이 썼더라도 이 통이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 원료는 무엇인지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납니다.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 등의 차이를 떠올리시면 보다 이해가 쉽습니다.
3차향의 발현 원리는 당연히 화학 변화입니다. 알코올과 산이 에스터 반응을 하든가, 혹은 당분과 단백질이 만나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에 의해 새로운 3차 향이 발현됩니다. 메일라드 반응이란 당과 단백질을 가열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갈변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사과가 갈변한다 할때 바로 그 갈변 현상입니다. 참고로 이 메일라드 반응은 위스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위스키에선 '곡물향'이 나는데, 이 향이 나오는 원리가 바로 메일라드 반응입니다.
물론 와인에서도 메일라드 반응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게 스위트 와인입니다. 마트 등을 찾아가보시면 굉장히 오래된 빈티지의 귀부 와인의 색상이 '호박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귀부 와인의 색상이 바뀐 이유가 바로 메일라드 반응 때문입니다.
이 갈변 현상은 와인의 숙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곧 출시를 앞둔 보졸레 누보를 살펴보겠습니다. 보졸레 누보를 만약에 10년 이상 숙성을 한다면, 보르도 좌안의 빼어난 클라쎄 와인과 비슷한 향을 낼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장기 숙성을 견뎌낼 힘이 부족한 와인은 와인의 색을 구성하는 폴리페놀(적색과 관련 있습니다)이 그대로 가라앉아버리기 때문에 색상이 갈색으로 변한, 밋밋한 맛을 내게 됩니다. 반면 장기 숙성형 와인들은 폴리페놀의 안정화가 가능해, 색상은 유지하면서도 남아 있는 풍미 요소 유기물의 향도 그대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3차 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오크 통으로 인한 향에는 바닐라와 정향, 후추, 아몬드, 호두, 헤이즐넛 등의 향이 있습니다. 나무 본연의 향인 삼나무와 떡갈나무의 향도 있습니다. 또한 오크통의 굽기에 따라서 스모키한 느낌, 초콜릿과 카카오, 코코넛 등의 향도 올라옵니다.
당연히 병숙성으로 인한 향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게 가죽향입니다. 기타 잘 말려진 과일향, 버섯 향, 건초 향, 먼지 향, 사향, 걔미하다라고도 하는 '야생동물향', 페트롤 향, 꿀 향, 담배향 등이 존재합니다.
다만 실제로 이 모든 향들을 접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대부분은 가죽향 정도를 발현하는 편입니다. 기타 자주 등장하는 향으로는 '야생동물향'이 있습니다. 이 향은 저도 굉장히 처음에 감이 오지 않았는데, 가장 비슷한 향을 말씀드리자면 '스팸향'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스팸을 갓 땄을 때 확 풍겨나오는 육향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야생동물향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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