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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3단계 향 - 이런 것이 2차 향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1. 15.

지난번에 와인의 1차향을 알아본데 이어 이번에는 2차 향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2차향은 한마디로 '사람의 테크닉이 반영된' 향이라고 하겠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특징으로 인해 발현되는 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래도 써 놓았지만, 보통 2차향을 오크향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2차 향을 만들어내는 각종 양조 기술

사실 와인을 좀 드셔본 분들에게 2차향이 뭔지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은 '오크 사용에서 오는 향'을 말씀하십니다.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닙니다만, 3차향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양조 테크닉에 따른 여러가지 향들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젖산 발효, 즉 MLF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젖산 발효란 말산이 젖산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알코올 발효 직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에 따라 MLF를 장려하기도, 억제하기도 합니다. 가령 화이트 와인의 경우 대부분 프레시한 과일향을 중시하기 때문에 MLF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MLF를 한 와인은 산도가 억제되면서 과일풍미의 강도도 다소 줄어듭니다. 반면 레드 와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MLF를 하고 있습니다.

 

MLF를 거친 와인의 특징은 한 마디로 '버터향'이라고 요약됩니다. 굉장히 둥글둥글하고 원만한 느낌의 버터향이 납니다. 이 버터향을 만드는 핵심은 다이아세틸(Diacetyle)이라는 성분입니다. 하지만 이 다이아세틸 성분은 양날검과 같아서 적당하면 신선한 버터향이지만, 너무 과하면 푹 늘어질 결함향이 되곤 합니다.

 

오크통 사용으로 인한 향도 2차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류에 따라서는 이를 3차향으로 놓기도 합니다. 왜냐면 3차향은 숙성향인데, 결국 오크통 숙성에서 오는 향이기 때문에 3차향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은 2차향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 와인 교육 커리큘럼인 WSET에서도 이를 2차향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오크통 숙성으로 인해 베타 락톤이라는 방향 물질이 생성됩니다. 이 베타 락톤은 주로 나무, 코코넛의 풍미를 냅니다. 베타 락톤을 많이 함유한 오크통의 경우는 나무와 코코넛의 달콤한 뉘앙스가 아주 많은 와인을 만들게 됩니다. 아메리칸 오크의 경우 이 락톤 성분이 다른 오크 수종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따라서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에선 달콤한 뉘앙스가 훨씬 강하게 풍깁니다.

 

페놀 계열의 복합 성분인 가야콜(Gaiacol)이라는 방향 성분은 주로 '정향'의 향을 냅니다. 이 가야콜은 그래서 사람 몸에 바르는 에센셜 오일에서 정향 향을 낼때도 쓰이곤 합니다. 정향이 뭔지 잘 모르는 분이라면 '치과에서 느껴지는 쎄한 향'을 떠올리시면 그게 정향의 향입니다.

 

알코올 분자 자체가 2차향을 만들기도 합니다. 좀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사케'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고급 사케의 경우 뭔지 모를 '달콤한' 향이 올라옵니다. 이게 바로 알코올 분자 자체가 만들어내는 달콤한 향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산으로인한 향도 존재합니다. 바로 비누 향입니다. 이 비누 향은 박테리아로 만들어진 향이며, 일반적으로는 결함에 가깝게 간주되는 편입니다.

 

뜻밖의 2차향인 '견과류'

견과류는 보통 3차 숙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아주 엄격하게 말하면 2차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숙성 과정에서 발현되는 향이 아니라 알코올 분자와 산이 일으키는 화학변화로 일어나는 향이기 때문입니다. 소토론 혹은 뷰티로-락톤이란 방향 성분으로 발생하는 견과류 향은 흥미롭게도 귀부와인 또는 셰리 와인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또다른 중요한 2차향은 '효모 자가분해'로 인한 향입니다. 효모에 의해 발생하는 황 성분으로 만들어지는 향인데, 비스켓이나 갓 구운 빵, 브리오슈와 같은 매우 은은하게 고소한 향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효모 자가분해향은 샴페인의 경우는 풍미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의미 있는 향이라고도 볼 수 있는 3차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주로 오크와 병숙성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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