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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품종별 특징 8편 : 네비올로(Nebbiolo)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2. 3.

네비올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토착 품종이지만, 워낙 국제적으로 유명한 와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국제 품종처럼 여겨지는 품종입니다. 네비올로라는 품종은 몰라도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라는 와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있을 정도입니다. 

 

품종의 특징

네비올로는 흔히 피노 누아에 비견되곤 합니다. 실제로 피노 누아만큼 재배가 대단히 까다로운데, 햇빛을 충분히 받는 남향이 아닌 경우 포도가 제대로 익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또한 토양도 석회질 토양을 선호하는 등 토양에 굉장히 민감한 품종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네비올로와 피노 누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 안에서 대단히 뻑뻑한 타닌이 감지되는데, 이는 모던한 스타일이든, 클래식한 스타일이든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이 타닌이 네비올로 와인을 초장기 숙성형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네비올로 품종 아로마의 특징은 매우 강렬한 붉은 과일입니다. 체리와 붉은 장미, 바이올렛 등의 아로마가 정말 아찔한 정도로 풍겨 올라옵니다. 물론 붉은 과일이라고 해서 앞서 말씀드린 '가메'와는 매우 다른 뉘앙스를 보입니다. 보다 신선한 체리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네비올로로 만든 어린 바롤로는 붉은 과일향만 나는 '미성숙한' 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네비올로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 뉘앙스를 지니게 됩니다.  이 시점이 바로 네비올로 와인의 진가가 드러나는 때입니다. 여전히 붉은 과일의 뉘앙스가 있으면서도 이 뉘앙스가 완숙한 느낌으로 변합니다. 구체적으로 장미향은 말린 장미향으로 바뀌는 등과 같은 변화입니다. 이 외에도 가죽, 트러플, 버섯 등의 매우 복합적인 아로마를 뽐내기도 합니다.

 

네비올로 품종은 또한 산도 역시 매우 높습니다. 역시 장기 숙성의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산도가 워낙 높은데다 타닌도 강하기 때문에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매우 진입장벽이 높은 와인입니다. 이 와인이 맛있게 느껴지신다면, 스스로를 '와인 중급자'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주요 산지

이탈리아 피에몬테

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 주 전역에서 네비올로가 재배됩니다. 이 지역에서는 가장 고귀한 품종으로 여겨지는데, 가장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 네비올로가 심어지며, 바르베라가 그 다음, 돌체토가 가장 입지조건이 나쁜 곳에 심어집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입지조건이 좋은 곳이 아니면 그만큼 네비올로가 제대로 완숙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북부 피에몬테의 가티나라, 중부 피에몬테의 로에로 등도 유명하지만 단연코 가장 유명한 네비올로 와인 산지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입니다. 무려 38개월의 숙성을 거치는 바롤로는 숙성 기간을 거치고 갓 출시됐을 때 매우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맛을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과 강건한 힘을 동시에 갖고 있는 훌륭한 와인으로 변모합니다.

 

26개월의 숙성을 요하는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보다 늦은 시점에 명성을 얻었는데, 명 생산자의 안젤로 가야의 바르바레스코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유명해지게 됩니다. 바롤로에 비해서는 다소 여리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지니며 약간은 바롤로보다 처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최근의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에 못지 않게 매우 강건하게 만들어지는 편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두 와인이 매우 훌륭한 품질을 지닌 건 맞지만, 지나치게 숙성 기간이 길고 법적 제약이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제약을 피해 만들어지는 와인이 바로 '랑게 DOC'를 달고 출시되는 것들입니다. 랑게 DOC 덕분에 피에몬테 지역의 재배자들은 캐쉬플로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며, 보다 창의적이면서도 독특한 네비올로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롬바르디아 북부의 발텔리나 지역에서 훌륭한 네비올로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이 지역의 와인은 아파시멘토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와인의 무게감이 매우 뛰어납니다. 굳이 표현을 해보자면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아마로네 와인을 섞은 듯한 느낌이 납니다.

 

이 지역은 특히 매우 좁은 계곡에서 띠 형태로 네비올로 산지가 펼쳐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워낙 북부의 알프스 산자락이다보니 남향이 아니면 포도가 제대로 익을 수 없는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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