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메는 국내에는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품종 정도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 품종입니다. 사실 이 말도 틀린 것이 아닌게, 국내에 들어오는 많은 가메 품종 와인이 사실 보졸레 누보인 게 맞기 때문입니다. 보졸레 누보 와인 때문에 가메가 싸구려 포도품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우수한 생산자를 중심으로 빼어난 가메 와인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품종의 특징
가메로 만든 와인은 대체로 라이트 바디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껍질이 얇기 때문에 탄닌도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일반론으로 봤을 때, 가메는 피노 누아 품종의 하위 호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은 테크닉을 적용했다면,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격으로도 입증됩니다. 보졸레 텐 크뤼의 가격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보다 훨씬 쌉니다. 저렴하다를 넘어서 아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가격이 와인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일정 부분 품질에 비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양조되는데, 하나는 부분탄산침용입니다. 빠르면 이틀, 늦어도 2주 안에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보졸레 누보 생산에 있어 핵심적인 양조기법입니다. 이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묘한 풍선껌 내지는 불량식품 냄새를 발현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졸레 텐 크뤼에서도 전통적으로 이 부분탄산침용 방식을 사용해왔다는 것입니다. 다만 훨씬 장기간(보통 일주일~2주) 동안 침용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불량식품 냄새는 잘 나지 않는 편입니다.
다른 방식은 부르고뉴에서 사용하는 양조 기법입니다. 즉, 효소발효가 아닌 효모가 주도하는 대세 양조방식인데 포도를 탱크에 넣기 전에 줄기를 제거하고, 색상도 짙에 배어나도록 만듭니다. 보졸레 텐 크뤼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기존의 보졸레 와인과는 극도로 다른 스타일을 보입니다. 오히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을 경우, 버건디 와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을 만큼 품질이 뛰어납니다.
양조기법을 제외하고 가메 품종의 일반적인 특징은 붉은 과일 뉘앙스라고 하겠습니다. 딸기, 체리, 라즈베리, 석류의 뉘앙스가 지배적입니다. 다만 프레시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보다 달큰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가메 품종 와인에서 '바나나향이 난다'고 하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매우 잘 만든 가메 와인에서는 바이올렛의 뉘앙스가 나기도 합니다.
주요 생산지
프랑스
가메는 이탈리아 움브리아와 스위스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만 재배되는, 사실상의 토착품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게 남부 보졸레와 북부 보졸레로 나뉘는데, 매우 스타일이 다릅니다. 북부 보졸레는 전체적으로 화강암이 많은 산악 지대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가메로 만든 와인은 보다 스케일이 크고 복합미가 있습니다. 북부 보졸레에 텐 크뤼가 모두 모여 있는 건 이런 지질학적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남부 보졸레는 산 자락 아래 쌓여 있는 진흙으로 된 라임스톤 토양을 지니고 있습니다. 훨씬 토양이 비옥한데, 이미 알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포도농사에서 토양이 비옥한 게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가메 와인은 훨씬 쉽고, 이지드링킹하며, 과실향 중심의 단순한 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북부 보졸레의 가메는 '크뤼급'에 주로 사용되는 반면, 남부 보졸레의 가메는 그냥 막 섞어서 보졸레 누보와 같은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졸레 와인하면 누보 혹은 텐크뤼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뜻밖에 가메로 만든 로제 와인도 만들어집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풍미가 흥미로워서 의외로 많은 양이 수출된다고 합니다. 또한 보졸레 지역의 뉴 스타일 와인으로는 스파클링 스위트 로제 와인도 있습니다. 매우 독특한 풍미를 지녔는데,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이 아닌 한 차례만 발효해서 기포를 생성하는 '고대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직접 맛보면 '기포를 넣은 내추럴 와인'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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