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런건 아니지만, 여름하면 많은 분들이 소비뇽 블랑이라는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떠올리시곤 합니다. 풍성한 향과 녹색 충만한 아로마, 상큼함에 더해 완전 드라이한 느낌의 팔렛까지 그야말로 여름이 절로 떠오르는 품종이라는 말이 걸맞습니다. 가격대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여름 데일리 와인으로 많이들 찾고는 합니다.
품종의 특징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은 대체로 라이트 바디에 매우 산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역별로 특유의 아로마가 추가되고는 합니다. 소비뇽 블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향은 열대과일의 뉘앙스입니다. 파인애플, 패션프루트, 피망, 구스베리, 풀냄새 등이 아주 고유한 품종의 특징입니다. 이런 고유한 특징 때문에 비교적 단일 품종으로 만들었을 때,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어렵지만은 않은 편입니다.
상쾌함이 생명인 와인인 만큼, 아로마를 어느 정도 다운시키는 오크사용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신대륙에서 만들어진 소비뇽 블랑은 거의 대부분이 오크숙성을 하지 않는다고 보셔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일부 프리미엄급 소비뇽 블랑의 경우 오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의외로 많은 생산자들이 소비뇽 블랑 와인에 미량의 탄산을 남기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탄산이 와인에 가미될 경우 상쾌함이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소비뇽 블랑의 경쾌함을 더욱 더해주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주요 산지
뉴질랜드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영국 등지에서 1970년대부터 급격한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저렴하면서도 높은 품질이 특징입니다. 저렴한 와인은 1만원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다소 고가의 소비뇽 블랑이라도 5만원 정도면 충분히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 지역의 특징은 원래도 아로마가 풍성한 소비뇽 블랑의 특징이 보다 극대화된다는 점입니다. 생산자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패션프루트와 잔디, 구스베리의 뉘앙스가 매우 강렬하게 올라오는 편입니다. 이는 잠시 뒤 말씀드릴 구대륙, 특히 프랑스의 루아르 소비뇽 블랑과는 어느 정도 대척점에 있습니다. 이해가 쉽고 강렬하며, 품종 본연의 특징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는 만큼,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20세기 후반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프랑스
프랑스에서 소비뇽 블랑이 인기리에 재배되는 곳은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보르도이며 다른 하나는 루아르 밸리입니다. 보르도의 경우는 저가 와인의 경우 소비뇽 블랑 단독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 와인들은 대부분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섞습니다. 특히 세미용의 비중에 좀 더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의외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맞추기가 어려운 편이기도 합니다.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 블렌딩은 전체적으로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보다 아로마는 다소 적은 편이지만, 세미용과 블렌딩되면서 매우 풍부한 질감을 가진 와인으로 발전합니다. 때로는 오크까지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숙성 잠재력도 존재하는데, 특히 페삭 레오냥 지역의 소비뇽 블랑 화이트 블렌딩 와인은 프리미엄 화이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다른 산지인 루아르 밸리에서는 내륙의 상세르 지역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 곳은 루아르 강에서도 상류에 위치한 내륙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후가 서늘하고 따라서 매우 산도가 높은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 지역의 와인 역시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과는 상당히 궤적이 다릅니다. 이 곳의 와인은 턱이 저릿할 만큼 산도가 높으며, 미네랄의 풍미가 존재하고, 결정적으로 잘 만든 상세르의 소비뇽 블랑의 경우 매우 독특한 건파우더(화약)의 뉘앙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미국
미국에서는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 와인이 존재합니다. 바로 '퓌메 블랑'이라는 와인입니다. 오크를 매우 강하게 써서 다소간의 바닐라 뉘앙스를 가진 중간 바디의 와인인데, 달콤한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일반 와인 소비자들이 접근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물론 오크를 쓰지 않은 소비뇽 블랑도 캘리포니아 해안 지역에서 많이 생산됩니다. 이 지역의 경우, 다른 산지보다 훨씬 포도가 잘 익기 때문에 귤같은 뉘앙스를 보이기도 합니다.
기타 산지
칠레의 산 안토니오같은 곳에서는 상당히 풍성한 아로마를 지닌 소비뇽 블랑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소비뇽 블랑 와인이 생산됩니다.
호주에서는 바로사 밸리 근처의 애들레이드 힐스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이 많이 양조됩니다. 매우 클린한 느낌을 주고, 어떤 면에서는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보다도 더 단순한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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