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누아는 재배가 매우 까다롭고 토양을 많이 타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일단 제대로만 만들어내면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는 품종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는 대척점에 있는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품종의 특징
껍질이 얇아서 색 역시 옅게 배어나오는 와인으로 만들어집니다.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은 대체로 밝고 연한 체리색 또는 붉은색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알코올 도수도 13도 정도에 머무는 편입니다. 물론 신대륙 지역에서 나온 잘 익은 피노누아는 색상도 더 진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기도 합니다.
재배가 매우 까다로운데 지역이 너무 서늘해도 안 되고, 너무 따뜻해도 안 됩니다. 너무 서늘하면 포도가 제대로 익지 않아서 덜 익은 초록채소의 뉘앙스가 나타납니다. 반대로 너무 따뜻하다면 설탕에 절인듯한 푹 익은 뉘앙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만약 기후가 잘 맞아 떨어진다면 피노 누아 와인은 체리와 딸기, 라즈베리, 레드커런트, 자두 등의 풍미를 나타냅니다. 여기에 각 지역마다의 묘한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가령 프랑스 피노누아의 경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숲속 느낌, 젖은 나뭇잎 느낌, 혹은 쿰쿰한 느낌을 함께 풍깁니다. 미국 피노누아의 경우, 역시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좀더 밝고 달콤한 뉘앙스를 띄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여기에 숙성향까지 더해지면 피노 누아 와인의 가치는 엄청나게 뛰게 됩니다. '가메이'라고 불리는 야생동물향이 더해지기도 하며, 때로는 살짝 짠듯한 느낌의 버섯향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만화책 영향과 초프리미엄 피노 누아의 명성 탓인지는 몰라도, 피노 누아를 장기숙성형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껍질이 얇아서 탄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숙성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인 품종입니다. 대체로 상당수의 피노누아는 5년 안에 소비하기를 권장합니다.
주요 생산지
프랑스
부르고뉴는 피노 누아의 성지로 꼽힙니다. 이 지역에서는 각 AOC 등급별로 다채로운 스타일의 피노 누아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레지오날급 피노 누아의 경우 풋풋한 과일이 측면이 강조되지만, 마을급과 크뤼급으로 올라갈수록 파워와 숙성 잠재력, 복합미 등이 같이 올라갑니다.
부르고뉴에서도 북쪽인 꼬뜨 드 뉘와 남쪽인 꼬뜨 드 본으로 생산지가 갈리는데, 대체로 뉘 지역의 와인이 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편입니다. 본 지역의 와인 역시 높은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한 단계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미국
미국은 전통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강국이지만, 피노 누아 역시 매우 빼어난 품질을 자랑합니다. 저가의 미국 피노 누아의 경우 설탕에 절인듯한 '째미한' 뉘앙스가 너무 과하지만, 고가로 갈수록 훌륭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특히 고가의 미국 피노누아는 프랑스보다 가격과 퀄리티 측면에서 모두 우월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주요 재배지로는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로스 카네로스와 소노마 카운티가 있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은 보다 전통적인 느낌의 미국 피노누아가 연상됩니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레건 지역에서 매우 훌륭한 스타일의 피노 누아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오레건 피노는 기존의 미국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프리미엄 피노누아로 평가받습니다.
기타 산지
칠레에서는 1차향이 중심이 된 매우 강렬하면서도 프룻드리븐한 단순한 피노 누아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고급 칠레 피노누아도 존재하지만, 1차향 중심의 심플한 피노 누아 와인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호주 지역에서는 남쪽의 태즈매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품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은 아주 단순한 스타일부터 매우 깊이 있느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집니다. 프랑스에선 남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벌크에 가까운 피노 누아 와인도 만들어집니다만, 일부 특정 AOC에서는 훌륭한 스타일의 피노 누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기타 산지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뉴질랜드입니다. 이 곳에선 남섬의 센트럴 오타고와 북섬의 말보로 지역의 피노 누아가 매우 빼어납니다. 일부 와인은 프랑스의 피노에도 견줄 만큼 품질에서 이미 상당한 명성을 얻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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