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별 특징 4번째 시간은 시라(쉬라즈)입니다. 구대륙에서는 시라라고 부르며, 신대륙 특히 호주에서는 이를 쉬라즈라고 부릅니다. 일부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은 시라와 쉬라즈가 다른 품종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엉터리로 알고 있는 겁니다. 생산된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 달라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 뿐, 유전적으로 둘은 완전히 동일한 품종입니다.
품종의 특징
시라(syrah)라는 명칭의 어원은 과거 페르시아 지역의 한 도시에서 따온 것입니다. 따라서 시라 품종의 오리지널 산지는 중동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라 품종은 십자군 전쟁 당시 중동과 그리스를 따라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 매우 진하며,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입 안에 넣었을 때는 완벽한 풀바디의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산도도 제법 있는 편인데다 타닌까지 높은 편이라서 장기숙성의 잠재력도 굉장한 편입니다. 검은 과일(블랙베리, 블랙체리 등)의 뉘앙스를 강렬하게 내는 편이며, 다크 카카오의 느낌도 있습니다. 게다가 호주 지역의 쉬라즈같은 경우는 백후추와 흑후추 등 향신료의 뉘앙스까지 강렬하게 풍기는 편입니다. 기타 야생동물향 등 숙성에 따라 발현되는 숙성향도 다채롭습니다.
서리와 추위에 강한 편인 품종이지만 그렇다고 서늘한 기후에서는 완전한 잠재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온화하거나 무더운 지역에서 그 최고의 진가를 나타냅니다.
주요 산지
프랑스
프랑스에서 쉬라가 주로 재배되는 곳은 북부 론과 남부 론 지역입니다. 북부 론 지역에서는 매우 험한 비탈면에서 시라 100%로 만드는 값비싼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 곳의 시라 와인은 신대륙의 것만큼 풀바디는 아니지만, 섬세함이 돋보이며 후추의 뉘앙스를 보입니다. 복합미가 매우 뛰어난 편입니다.
남프랑스에서 쉬라는 주로 CDP라고 불리는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인의 블렌딩 파트너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시라 단일 품종만 갖고 와인을 만드는 일은 드뭅니다. 이 밖에 더 남쪽의 랑그독 지역에서도 질 좋은 시라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 지역은 론 지역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보다 진하고 강렬한 느낌의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호주
호주에 시라가 전파된 것은 약 19세기 무렵으로 추정됩니다. 호주에서는 이 품종을 쉬라즈라고 부르는데, 유전적으로는 시라와 동일하지만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호주의 쉬라즈는 구대륙의 시라보다 훨씬 파워풀하고 강렬합니다.
호주 전역에 걸쳐서 쉬라즈가 재배되는데, 대체로 검은 과일 뉘앙스에 강렬한 향신료 뉘앙스와 달콤한 바닐라와 초콜릿의 뉘앙스까지 갖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와인들은 오크 테크닉을 강하게 쓰는 편으로, 오크칩 등의 사용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다만 호주 내륙의 히스코트와 같은 지역에서는 약간 다른 뉘앙스의 쉬라즈가 만들어집니다. 이 곳에서는 바디감이 가벼우면서도 보다 밸런스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오히려 이 지역의 와인은 북론 지역의 와인과도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히스코트 지역의 와인은 소수에 불과하며, 호주 와인은 대체로 묵직-파워풀 두 글자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와인에 갓 입문하는 분들에게는 호주 와인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하고 달콤하고 친숙한 향이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호주 지역에서는 최근 쉬라즈 일변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존의 전통 산지였던 바로사 등이 너무 더워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기타 지역
뉴질랜드와 남아공, 칠레, 스페인 등지에서도 쉬라로 만든 와인이 생산됩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와 좀 더 북쪽의 워싱턴에서도 쉬라즈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쉬라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접근성이 워낙 좋은데다 품종의 병충해 내성 등도 뛰어나기 때문에 심어만 놓으면 일단 웬만큼은 다 팔려서 수익이 난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시라/쉬라즈 와인은 좀 더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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