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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인터넷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0. 2.

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처음 와인에 입문하신 분들 중에선 이런 의문을 갖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왜 와인은 인터넷으로 살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1.통신판매를 막는 법, 주세사무처리규정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한민국에서는 전통주를 제외한 모든 주류의 통신판매, 즉 인터넷을 통한 구입이 금지됩니다. 다들 주류법이 금지 규정으로 알고 있는데, 주류법이란 건 사실 없습니다. 주류 면허 등에 대한 법률이 있을 뿐입니다.

놀랍게도 통신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은 법률도 아닌, 일개 국세청의 훈령과 고시에 불과합니다. 명확한 법률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문제의 조항은 바로 주세사무처리규정 74조와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3조입니다. 대동소이한 내용이라, 주세사무처리규정 74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세사무처리규정 74조
다음 각호의 주류를 생산하는 주류 제조자로 관할 세무서장의 승인을 받은 자는 주류를 통신판매 할 수 있다
1. 민속주
2. 지역특산주
(중략)
3) 1,2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통신판매를 할 수 있다
1. 전화, 휴대전화 앱을 통해 주문받아 조리한 음식과 함께 주류(전체 금액의 50%미만)를 배달하는 음식업자
2. 전화, 휴대전화 앱을 통해 주문받은 주류를 판매영업장 안에서 직접 대면하여 인도하는 주류소매업자

잘 보시면 되는 것만 적어놨습니다. 쉽게 말해서 저거 외에는 전부 통신판매가 안 된다는 뜻입니다.

 

2.주세사무처리규정의 해석

일단 법이라서 어려우니 간단하게 해석을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통신판매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자면 소속을 대한민국에 두고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술은 통신판매가 가능합니다. 

 

이 조항이 있기 때문에 국산 와인이나 독특한 지역 특산주들을 인터넷으로 팔 수 있는 겁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보시면 국산 와인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데, 이 조항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헛갈릴 수 있는 대목은 바로 '민속주'입니다. 이 조항을 보고 '막걸리도 통신판매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법률적 개념은 주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주류부문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로 한정되는 것이 바로 민속주입니다. 범위가 상당히 좁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무처리규정 74조는 1,2항(민속주와 지역특산주)외에도 예외를 두고 있는데, 그게 바로 74조의 3항입니다.

일단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1호 '배달 음식업자'는 쉽게 생각하면 치킨과 함께 배달되는 맥주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취지는 음식이 주가 되긴 하는데, 그래도 '약간의 술을 곁들여 파는 것까지는 봐줄게' 입니다. 다만 전체 주문액수의 50%를 넘을 순 없습니다. 치킨 1마리를 시키고 맥주는 수십리터를 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한 내용입니다.

 

3. 반쪽짜리 와인 통신판매

2호의 주류소매업자는 지난해부터 허용된 '절반의 통신판매'를 뜻합니다. 요새 앱을 보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집어오는 식으로 와인을 사가는데,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한 마디로 반쪽짜리 통신판매이자 궁여지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조항은 억지입니다. 미성년자 술판매를 막겠다는 명분을 들지만, 이 명분대로라면 전통주도 한꺼번에 통신판매를 금지해야 옳습니다. 같은 술인데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논리는 한 마디로 형평성에도 반합니다.

 

그동안 와인 통신판매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몇 차례에 걸쳐서 와인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통신판매가 허용되면 지금의 와인 가격 거품이 30% 이상 빠질 것이라는 보도자료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번번히 유관 기관의 반대로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4. 타협안은 없을까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 우려가 있다면, 아예 미성년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술의 통신판매를 허용하는 절충안도 있습니다. 미성년자라고 해봐야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껏해야 소주나 맥주를 구입할 경제력이 전부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정 가격 이상대, 즉 3만원 이상의 주류에 대해선 통신판매를 허용한다는 식의 절충안을 제시한다면 미성년자 판매 위험을 거의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론 현행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관련 조항들은 적어놓은 예외를 빼고는 전부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취합니다. 바꿔 말하면 기본적으로 '통제 목적'이 법에 도사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걸 네거티브 방식, 즉 하지 말라는 거 외에는 전부 허용하는 식으로 법을 바꾼다면 굉장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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