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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만드는 '전통 방식'이란 무엇일까요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1. 4.

오늘도 샴페인 이야기입니다. 샴페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기포가 있는 와인이 바로 샴페인입니다. 이 정의를 살펴보면 중요한 지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 방식'입니다.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낯선 양조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전통 방식(Traditional Method)은 무엇인가요

전통 방식이란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식의 일종으로, 두 차례에 걸쳐 발효가 일어나며, 모두 병 안에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의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차례', '병 안에서'라는 표현이 있는데, 모두 전통 방식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들입니다.

전통 방식은 예전에는 메소드 샹프누아즈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샴페인을 만드는 방법' 정도로 해석이 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현재 샴페인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샹파뉴 지역의 업자들인 EU에 로비를 해서 이런 표현을 샹파뉴 지역에서 만들어진 샴페인에만 쓸 수 있도록 법적 제약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통 방식은 '샴페인 방식'이란 표현을 대체하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전통 방식 vs 옛 방식

전통 방식이라고 해서 '오랜 옛날부터 전해내려온'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샴페인을 만들 때 사용했던 '전통적인 방식'이란 의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전통 방식보다 더 오래된 스파클링 와인 양조방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루랄 메소드(rural method) 혹은 메소드 앙세스트랄(methode ancestrale; 옛 방식)이라고 부르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전통 방식과는 달리 발효를 단 한 차례만 거치게 됩니다. 

 

오랜 옛날이었으니 당연히 현대와 같은 필터링의 개념도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루랄 메소드 방식으로 만들어진 와인 안에는 찌꺼기 등이 그대로 남아 있고, 굉장히 탁합니다. 발효를 한 차례만 해서 알코올만 만든 뒤 당을 병 안에 남겨둔 상태에서 그대로 병을 밀봉하게 됩니다. 이러면 병 안에서 다시 '병 내 재발효'가 일어나게 되고, 그 결과 탄산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현대 와인에선 제대로 필터링을 안한 와인에서 병 내 재발효가 일어나는 경우를 일종의 '결함'으로 간주합니다. 가끔 내추럴 방식을 표방하는 와인 중에서 한도 이상의 탄산이 있는 경우는 엉터리로 와인을 만들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루랄 메소드 방식은 그 자체를 일종의 '탄산 만드는 방법' 정도로만 간주합니다. 그 결과 이런 와인들은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맛과 향을 내게 됩니다.

 

루랄 메소드 방식의 와인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얼마나 많은 찌꺼기가 병 내에 있는지, 당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가늠할 수가 없고, 최종 완성품의 품질도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루랄 메소드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전통 방식에 밀려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나 현대 양조과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남은 당 등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프랑스 쥐라 등의 지역에서는 오히려 이미 사장되다시피한 루랄 메소드 방식을 이용해서 만드는 독특한 스파클링 와인이 최근 들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통 방식은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나

아주 구체적인 방식은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찾아뵙도록 하고, 여기서는 큰 틀에서의 윤곽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1차 발효가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이 생성되며, 이 시점의 와인은 기포가 없는 드라이한 와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일단 블렌딩(아상블라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여러 해 와인을 섞을지, 같은 해의 다른 품종 와인을 섞을지 등이 이 시점에서 결정됩니다. 이를 결정하는 건 각 양조장의 블렌드 마스터입니다.

 

그 다음으로 본격적인 기포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효모와 설탕을 섞은 혼합물을 1차 발효를 마친 베이스 와인에 집어넣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과 효모가 다시 병 속에서 발효를 일으키는데, 1차 발효에선 알코올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만, 2차 발효에선 기포를 얻는 게 핵심입니다.

 

모든 발효는 반드시 '이산화탄소', 즉 기포를 형성합니다. 대부분의 와인은 생성된 기포를 그냥 밖으로 날려보내지만, 샴페인의 경우는 밀봉된 병 안에서 기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기포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액체 안에 스며들게 됩니다.

 

물론 발효인 만큼 소량의 알코올도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1차 발효에선 약 11% 정도이던 알코올 도수는 2차 발효를 거치고나면 12.5% 정도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2차 발효는 약 3주 정도면 마무리가 됩니다. 그 뒤에는 오랜 방치를 거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죽은 효모와의 접촉이 이뤄지게 되고, 독특한 풍미가 형성됩니다. 참고로 샴페인의 최소 효모 접촉 기간은 12달이지만, 보통은 그 이상을 가져가는 편입니다.

 

계획한 숙성 기간이 끝날때 쯤, 리들링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죽은 효모는 샴페인 안에서 뿌옇게 침전물 형태로 남아 있는데, 이걸 병을 돌려서 병 목으로 모아주는 행위입니다. 과거에는 손으로 돌렸지만, 지금은 기계가 다 합니다. 일부 수작업을 고수하는 소규모 샴페인 하우스에선 아직도 손으로 돌리고 있다고는 합니다.

 

이렇게 병 입구에 모인 효모는 병목을 급냉 액체에 담궈서 고체화됩니다. 그리고 봉인용 뚜껑을 열게 되면 고체화된 죽은 효모가 바로 튀어나가게 됩니다. 물론 현대 샴페인 하우스는 이 과정도 기계를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샴페인에 당과 리저브 와인을 섞은 혼합물을 채워줍니다. 이유는 고체화된 효모가 튀어나갈 때 샴페인 액체도 일부 같이 튀어나가기 때문에, 튀어나간 용량만큼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샴페인은 보통 엄청나게 신 편이라서 이를 다소 억누르기 위해서 채워주는 드라이한 리저브 와인에다 약간의 당을 섞습니다.

 

예전에 샴페인 당도에 대한 말씀을 드렸는데, 샴페인의 당도를 결정하는 게 바로 이 단계입니다. 얼마만큼의 당을 섞느냐에 따라 브륏이 되기도, 엑스트라 브륏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만약 설탕을 안 섞게 되면 그게 바로 '제로 도사주 샴페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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