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샴페인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2편)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1. 8.

지난 시간에는 샴페인이 만들어지는 전통 방식에서 리즈 컨택 단계까지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그 이후의 최종 단계까지 한꺼번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들링(Riddling)/ 르뮈아쥬(Remuage)

죽은 효모와의 오랜 접촉을 끝내면 이제는 출시를 위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병 안에 남아 있는 '죽은 효모'를 병 밖으로 빼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리들링 혹은 르뮈아쥬라고 합니다.

 

리들링은 '걸러낸다'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죽은 효모 침전물을 병 목 부분으로 '모아준다'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병 안에 남은 죽은 효모는 일종의 걸쭉한 부유물입니다. 막걸리 침전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럼 '병 안의 기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어떻게 효모를 빼내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19세기 초 클리코 여사(뵈브 클리코)는 기가 막힌 방법을 만들어냅니다. 거꾸로 된 병을 천천히 일정 시간간격마다 돌려서 걸쭉한 부유체인 효모 찌꺼기를 병 목으로 모아준다는 방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 부분을 공부할 때 '꿀'을 떠올렸습니다. 거의 다 사용한 꿀을 마지막까지 용기에서 짜내려면 어떻게 할까요? 뒤집어 놓고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 끈적한 액체인 꿀이 천천히 용기 입구로 모여들게 됩니다. 원리는 똑같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이 병을 돌렸습니다. 프랑스에선 이런 분들을 '르뮈어'라고 하는데, 약 3주에 걸쳐 손으로 하나하나 병을 똑같은 각도로 돌려가며 효모 찌꺼기를 천천히 병 목으로 모으는 게 일인 분들입니다. 일종의 장인 같은 개념입니다.

물론 이 방법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율이 극도로 떨어집니다. 따라서 대형 샴페인 하우스에서는 기로팔레트라고 불리는 자동 기계를 이용합니다. 이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영상을 보시면 한 방에 이해가 되실 겁니다.

https://youtu.be/iMy8j3IblZ4

데고르주망(Degorgement)

데고르주망은 프랑스어로 '배출'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병 목으로 모인 효모 찌꺼기와 각종 침전물을 병 밖으로 배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효모 찌꺼기를 병 밖으로 배출하느냐는 점입니다. 효모 찌꺼기는 여전히 걸쭉한 액체인데, 이 액체를 밖으로 빼내려고 하면 액체다보니 깔끔하게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포의 손실도 예상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기가 막힌 방법이 만들어집니다. 소금과 염화칼슘을 녹인 물을 대략 영하 20~30도 정도로 냉각시킵니다. 그러면 액체였던 찌꺼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병뚜껑을 땁니다.(이 단계에선 코르크가 아직 사용되지 않습니다. 칠성사이다 병뚜껑같은 걸로 샴페인 병 입구를 막아둡니다) 그러면 얼어붙은 찌꺼기가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바깥으로 날아가게 됩니다.

 

도사쥬(Dosage)

데고르주망과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과정이며 스피드가 생명인 작업입니다. 앞서 데고르주망 과정에서 효모 찌꺼기가 밖으로 날아갔는데, 사실 깔끔하게 찌꺼기만 날아가는 게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샴페인 액체까지 소량 날아가게 되는데, 이걸 보충해주는 작업이 바로 '도사쥬'입니다.

 

도사쥬는 일종의 설탕물인 리퀴르 덱스페디시옹(떠나는 액체라는 의미)를 샴페인병 안에 보충해주는 작업입니다. 리퀴르 덱스페디시옹은 리저브 드라이 와인과 당을 섞은 액체인데, 이때 당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됩니다. 이 섞은 당의 정도가 0g~12g 정도일 때, '브륏'이라고 샴페인 라벨에 표기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샴페인의 당도에 대한 설명은 이전 포스팅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사실 과거 도사주는 사람이 직접 조그마한 시럽컵같은 곳에다가 리퀴르 덱스페디시옹을 담아서 직접 부어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반자동화 또는 자동화된 기계가 이 작업을 대체합니다. 이것도 영상을 보시면 단 한번에 이해가 가능합니다. 아래 링크를 첨부해놓겠습니다.

https://youtu.be/ZFLcGdYjGFs

코르킹(Corking) / 부샤주(Bouchage) & 뮤즐라쥬(Muselage)

역시 데고르주망과 도사쥬에 이어 곧바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당연합니다. 놔두면 기포가 다 날아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일 먼저 코르크를 박아주는데 이건 지금은 100% 기계가 합니다. 앞선 영상을 보시면 원통 모양의 코르크가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뒤 곧바로 버섯처럼 되는 신기한 장면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의 최종 공정으로 철사를 감아주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물론 이 과정도 기계가 다 알아서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샴페인 병은 라벨을 붙인 뒤 일정 동안의 안정화 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넣어준 설탕용액과 기존의 샴페인 용액이 잘 섞일 수 있는 기간을 준다는 건데, 이게 화학적으로 유의미한지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