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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1편)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1. 5.

앞서 샴페인은 전통 방식이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고 짤막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약간 디테일하게 들어간 샴페인의 단계별 양조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확

상당한 비율로 손으로 포도를 따서 수확합니다. 샴페인에선 산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스틸와인보다 포도 수확일이 다소 빠릅니다. 포도는 일찍 수확할수록 당도는 낮아지며, 산도는 높아집니다. 바꿔 말하면, 늦게 수확하면 할수록 '푹 익기 때문에' 당도는 올라가고, 반대로 그만큼 산도는 낮아지게 됩니다.

 

2021년의 샹파뉴 지역의 포도 수확일은 9월 6일에서 9월 27일 사이였습니다. 올해 부르고뉴가 주로 9월 18일~20일 사이, 보르도가 9월 17일에서 24일 사이에 수확된 점을 감안하면 약간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며, 중요한 점은 '정상보다 살짝 덜 익어 산도가 높은 상태'로 수확된다는 점입니다.

 

압착

청포도 품종과 적포도 품종을 따로 기계에 넣어 압착합니다. 과거에는 4톤짜리 거대 압착기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으며 대부분은 공기로 눌러 압착하는 자동화된 기계를 사용합니다. 

압착기에 넣고 나온 첫 즙을 '퀴베'라고 부릅니다. 퀴베는 다른 단계의 주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따로 양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거의 마지막의 쥐어짜다시피 나온 찌꺼기같은 주스는 식초나 증류주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샴페인용 포도로 만든 증류주는 높은 평가를 받는데, 포도 원소스 자체가 당이 낮고 산이 높아서 증류주로 만들었을 때 굉장히 깨끗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차 발효

이제 첫 번째 발효가 시작됩니다. 이 단계는 기포가 아닌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선 생산자마다 발효 용기를 무엇을 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보통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발효조를 사용하는 편입니다만, 고가의 샴페인의 경우 오크 캐스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면 묘한 산화풍미가 샴페인에 부여되는데, 대표적인 샴페인이 바로 크룩(Krug)입니다.

 

1차 발효를 통해 약 11% 정도의 알코올이 생성됩니다. 일반적인 와인보다는 낮은 편인데, 이는 앞서 말씀드린 산도 높은 포도 수확과 관련이 있습니다. 산도가 높은 포도는 당이 낮습니다. 적은 양의 당을 갖고 발효를 시켰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와인의 알코올도수보다는 훨씬 낮은 것입니다.

 

블렌딩

2차 발효 전에 '블렌딩'이 이뤄집니다. 만들어놓은 스틸와인도 밭별, 품종별로 제각각인데, 여기에 더해 전년도에 만들어놓은 '리저브 와인'까지 블렌딩 대상입니다. 어떤 비율로 어떻게 블렌딩할지는 각 양조장의 블렌딩 마스터들의 몫입니다.

 

이런 블렌딩 과정을 겪으면, 리저브 와인이 섞이면서 와인에 풍미를 부여하기도 하며 균일한 품질의 샴페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리큐어 디 띠라쥬

이제 본격적인 2차 발효에 들어갑니다. 이 단계부터는 알코올이 주가 아닌 '기포'를 만드는 것이 주가 됩니다. 1차 발효로 만들어진 베이스 와인에다 다시 효모와 설탕, 리저브 와인을 섞은 혼합물을 자체적인 계산식에 맞춰 첨가해줍니다. 이러면 병 안에서 발효가 다시 시작되고,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병 안에서 갈 곳을 잃은 채 그대로 용액 속으로 녹아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단 2~3주 안에 모두 마무리됩니다. 거품만 얻어내기 위한 발효기 때문에 발효기간 자체는 짧습니다. 물론 발효인 만큼 소량의 알코올도 얻어집니다. 앞서 11% 정도의 알코올 도수는 2차 발효를 거치면서 약 12.5% 정도로 소량 올라가게 됩니다.

 

리즈 컨택

2차 알코올 발효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뚜껑을 여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보관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죽은 효모 세포와 와인간의 접촉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리즈 컨택이라고 합니다. 프리미엄급 샴페인일수록 이 리즈 컨택 기간이 깁니다. 넌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최소 리즈 컨택 기간이 12개월이며,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최소 리즈 컨택 기간이 36개월에 달합니다. 물론 이는 법적 최소기간이며, 대부분의 샴페인은 그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리즈 컨택을 거치게 되면 기포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물론, 샴페인 특유의 고소한 빵 같은 향이 생겨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리즈 컨택을 거치면 오히려 샴페인에 산화 뉘앙스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효모가 오히려 산화를 방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다 긴 리즈 컨택 기간을 갖는 빈티지 샴페인이 갓 땄을 때 오히려 논 빈티지 샴페인보다 더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들 이 지점에서 당황하기도 하십니다.

 

원리로 따져보자면, 셰리 와인에서 효모막인 '플로르'층이 유지됐을 경우 만들어지는 '피노 쉐리'가 플로르층이 없이 만들어진 올로로소 쉐리보다 더 신선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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