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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이 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요?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9. 8.

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다시 샴페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시간에 샴페인 중에서도 싼 것들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샴페인은 가격이 제법 나간다는 뜻도 됩니다. 실제로 샴페인은 와인 중에서도 유독 비싼 술에 속합니다. 물론 최상위 프리미엄급만 놓고 보면 샴페인이 특별히 더 비싸다고 볼 순 없지만, 구매 여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는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하는 게 맞습니다. 도대체 샴페인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인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땅값이 비쌉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입니다. 그리고 샹파뉴 지역은 굉장히 땅값이 비싼 편에 속합니다. 대략 샹파뉴 지역의 땅값은 1헥타르를 기준으로 15억~2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100m X 100m의 땅 크기의 가격이 이렇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프랑스 파리에서도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의 1헥타르 땅값이 이정도라면 정말 비싼 편으로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영국의 디캔터지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1헥타르당 프랑스 AOP(AOC의 후신) 지역의 땅값은 약 1억 514만원이라고 합니다. 같은 AOC 임에도 샹파뉴 지역의 땅값이 대략 15배가 넘는 셈입니다.

 

2.특유의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샴페인은 전통 방식(Traditional Method)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샴페인의 양조 공정까지 다룰 건 아니고, 간략하게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기본 와인을 먼저 만들고, 여기에다 효모와 당분을 넣어서 2차 발효를 일으킵니다. 2차 발효를 일으켜서 거품을 만든 다음에 병 속에서 최소 12개월~36개월 정도를 숙성시킵니다. 좋은 샴페인은 36개월을 훌쩍 넘겨서 숙성을 시킵니다. 그 뒤 기계 내지 손으로 직접 병을 돌려서 병 내부의 찌꺼기를 빼내고, 마지막으로 약간의 당을 추가해서 출하합니다.

 

이 모든 공정 하나하나가 전부 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와인을 보관할 장소, 병을 돌릴 때 쓰는 기계값, 병 찌꺼기를 빼낼때 쓰는 기계값 등등...전부 돈이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3. 마케팅 때문입니다

1,2번도 물론 중요한 이유지만 마케팅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1700년대 초반까지 샴페인은 기포가 있는 술이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기포 있는 샴페인을 만드는 샴페인 하우스가 설립된 시기도 1729년입니다. 바꿔 말하면 샴페인은 그 당시 기준으로는 '근본이 없는' 술이었던 셈입니다.

 

역설적으로 샴페인 생산자들은 근본이 없기 때문에 근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근본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른바 '프리미엄 마케팅'이란 것에 나서게 되는 것입니다.

 

생산자들은 당시 프랑스에서 새롭게 권력을 잡은 부르주아들의 심리적 열등감을 공략했습니다. 당시 부르주아 계층은 신흥 계층임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들이 내쫓았던 과거의 왕족과 귀족을 닮고 싶어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샴페인 광고는 철저하게 사냥, 승마, 스포츠, 레저 활동하는 모습을 집어넣곤 했습니다. 과거 귀족과 왕족들이 했던 레저 활동입니다.

 

항상 샴페인 광고는 고상한 느낌이 들도록 제작됐고, 여성이 자주 등장해서 섹슈얼한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있는 자들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너희도 이 샴페인을 마시면 고급스러워질 수 있다'는 이미지를 주입하게 됩니다.

위 사진은 1890년대 로랑 페리에란 샴페인 하우스에서 출시한 무설탕 샴페인 포스터입니다. 샴페인 좌우에 빼곡하게 적힌 것들, 사실 전 세계의 유명인사나 왕족의 이름입니다. 이런 유명한 사람들에게 이 샴페인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광고에 적어 놓은 것입니다.

 

이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의 샴페인 광고 역시 300년 전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가 시도했던 고급화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단지 등장하는 장소가 프린트 광고가 아닌 영화나 대중매체 속이란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이런 마케팅은 그 자체로도 비용인데다가, 샴페인 가격 방어에도 적절합니다. 고급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 샴페인의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실망을 느끼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이 샴페인을 마시면 너희는 고급진 사람이 되는 거야'라고 홍보하는 중인데 정작 가격이 1만원대, 2만원대라면 마시는 사람들은 고급진 느낌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현대의 샴페인 하우스는 과거에도 그랬도 지금도 여전히 '마케팅' 측면에서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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