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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 '그랑 크뤼' 적혀 있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9. 27.

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몇 차례에 걸쳐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중에서 집으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의 설명입니다.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랑 크뤼'에 대한 내용입니다.

 

1. '그랑 크뤼'(Grand Cru) 적혀 있으니 좋은 와인인데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 라벨을 살펴보면 그랑 크뤼라고 적힌 것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악질적인 와인 판매자 중에선 '프랑스 그랑 크뤼 들어보셨죠? 엄청나게 좋은 와인입니다' 이런 식으로 거의 사기에 가까운 판매방법을 쓰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좀 더 곁들이면 '그랑 크뤼 와인인데 지금은 세일 중이라서 2만 원 정도에 판매하니 사세요' 이런 말을 떠들지도 모릅니다.

제가 '사기에 가까운' 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그랑 크뤼'라고 적혀 있더라도 이게 좋은 와인이 아닐 가능성이 극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2.'그랑 크뤼'가 뭐길래

그랑 크뤼라는 말이 대체로 '좋은 와인'에 붙는다는 말 자체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각 지역에 따라 '그랑 크뤼'가 갖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그랑 크뤼'는 말 그대로 최상의 입지조건을 갖춘, 단 2% 정도만 해당하는 뛰어난 밭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의미합니다. 부르고뉴 그랑 크뤼는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가격도 아닙니다. 아무리 싼 것도 대략 20만 원 정도하며, 정말 좋은 탑클래스 생산자의 그랑 크뤼 부르고뉴 와인은 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샴페인이 만들어지는 샹파뉴 지역의 그랑 크뤼 개념은 조금 다릅니다. 과거 샴페인 하우스들이 싼 값에 포도를 넘겨받아 샴페인을 만들면서, 정작 포도를 공급해주는 농가들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 때가 있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협의에 의해서 지역 포도 재배자 협회가 정한 각 마을마다의 등급이 생깁니다. 그랑 크뤼에 해당하는 마을에서 나온 포도에는 결정가격의 100%를, 프리미에르 크뤼 등급에 해당하는 곳에선 90~99%, 나머지는 80~89%의 돈을 받도록 해놨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샴페인에 붙은 그랑크뤼는 '제법 괜찮은' 마을에서 나온, 괜찮은 품질의 와인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르고뉴만큼 아주 까다로운 조건까진 아니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샴페인에 그랑 크뤼가 붙으면 싸게는 10만원대 중반, 비싸게는 수십만원까지 값이 붙습니다.

 

3.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란

보르도 지역을 관통하는 지롱드 강의 왼쪽과 오른쪽이 다릅니다. 왼쪽에서도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강 왼쪽의 '메독 지역'에서의 그랑 크뤼는 1855년 만들어진 체계에 따른 1~5등급까지의 와인 전체를 의미합니다. 물론 1~5등급 와인은 대체로 가격이 제법 있습니다만, 품질이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좋은 건 맞습니다)

라벨에 그랑 크뤼라고 적혀 있지만, 와인의 품질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반면 강 오른쪽의 '생떼밀리옹' 지역이 가장 문제가 됩니다. 여기선 와인에 붙는 아펠레이션(생산 지역)이 아예  '생떼밀리옹'과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입니다. 그랑 크뤼가 붙어 있긴 하지만,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는 앞서 살펴본 샹파뉴, 부르고뉴, 보르도 메독 지역의 그랑 크뤼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생떼밀리옹 지역에서 위치는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더 엄격한 생산 조건을 지킨 와인이다 정도의 의미 밖에는 없습니다. 심지어 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와인은 무려 수백 개가 넘습니다. 

 

악질적인 와인 판매자들이 장난치는 것도 바로 이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입니다. 듣도보도 못한 쓰레기같은 와인인데 그랑 크뤼가 라벨에 적혀 있으니, 어떻게든 이를 팔아보려고 보르도 메독이나 다른 지역의 그랑 크뤼 개념하고 일부러 헛갈리게 말해서 판매를 유도하는 겁니다.

 

4.어떻게 허접한 그랑 크뤼를 구분해낼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일단 가격을 보면 됩니다. 진짜배기 그랑 크뤼는 악질적 와인 판매자들이 속여파는 1~2만원짜리 와인 가격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르도 메독 지역의 1~5등급의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들은 아무리 싼 것도 최소 5만원은 합니다.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은 최소 수십만원은 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서 속여 팔려고 해도 싸구려 그랑 크뤼는 가격으로 분간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에는 'grand cru classe' 혹은 '1855 grand cru classe'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방법, 즉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에서 제대로 된 와인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라벨에 '클라세'(classe)가 적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생떼밀리옹 지역에선 그랑 크뤼 클라세 A와 그랑 크뤼 클라세 B라는 개념이 있는데, 지역 생산 와인 중에선 최상위 와인, 즉 진정한 그랑 크뤼라 불릴만한 와인들입니다.

 

이런 와인들의 라벨에는 반드시 'grand cru classe'란 말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최고의 생떼밀리옹 와인 중 하나인 샤토 슈발 블랑의 경우 라벨에 '1er crand cru classe'란 말이 들어갑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그랑 크뤼니 좋은 와인이다' 라는 말에 속지 않으려면 반드시 라벨에 '클라세(classe)'란 단어가 있는지를 확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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