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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파스퇴르와 와인 이야기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11. 11.

우리에겐 우유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프랑스의 천재 미생물학자가 바로 루이 파스퇴르입니다. 아마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파스퇴르 우유가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그동안 마셔왔던 우유와는 질적으로 다른 맛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풍만한 질감과 묘한 고소함은 단번에 수많은 한국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런데 왜 우유에 파스퇴르 이름이 붙여졌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의 업적과 와인에 대한 내용입니다.

 

모든 생물학적 변화는 신의 뜻으로 믿었던 시대

파스퇴르 전까지 사람들은 음식물이 부패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자연 발생설을 믿었던 것입니다. 자연 발생설이란 생물학적 변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믿는 이론입니다. 

사실 과학이 발전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물학적 변화를 규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연 발생설', 더 나아가 신이 만들어낸 변화라는 설명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것입니다. 이들 입장에선 씨를 심지 않아도 밭에서 작물이 자라고, 가만히 놔둔 음식이 변질되는 건 다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생물'이 변화의 근본 원인이었지만, 당시의 조악했던 과학 수준으로는 이런 미생물의 존재를 파악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교계에서도 이 이론을 지지했기 때문에, 딱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파스퇴르의 부패 방지 연구

파스퇴르가 살던 1800년대 중반은 산업혁명에 불이 붙으면서 철도가 등장하던 때였습니다. 와인이 주요 산업이던 프랑스에서는 정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파리에 사는 사람들이 이제는 남부 랑그독 지역의 와인을 마실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나 운반속도가 빨라졌음에도 대규모의 와인 부패 현상은 계속됐습니다. 대표적인 건 1858년의 쥐라 지역의 대규모 와인 부패 사건입니다. 5년 뒤 또 다시 대규모의 부패 사건이 벌어집니다. 프랑스가 수출한 와인 중 약 520만 킬로리터 규모가 상해버린 것입니다.

 

이미 자신의 고향에서 부패 방지와 관련된 여러 실험을 진행하던 파스퇴르는 나폴레옹 3세의 후원을 얻어 본격적인 연구를 이어가게 됩니다. 우선 2년의 실험을 거쳐, 와인이 부패하는 이유가 효모 때문이 아니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이 알코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효모의 역할은 이미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미 1861년 '플라스크 실험'을 통해 파스퇴르는 자연발생설이 허구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완전히 살균한 상태인 플라스크에 넣은 고기 국물에선 미생물이 살지 않는다는 걸 파악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미생물이 와인을 변질시킨다는 사실만 입증했을 뿐, 그게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래서는 의뢰받은 '와인 부패 방지 연구'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와인을 끓여 살균한다는 아이디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파스퇴르는 뭔지는 모르는 미생물이라도 어쨌든 끓이면 해결된다는 가설을 냅니다. 이 가설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부패 자체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와인을 끓이게 되면 그 안에 있던 독특한 와인의 풍미가 함께 사라진다는 문제입니다. 이건 지금도 '뱅쇼'를 만들어보면 금방 눈치채실 수 있습니다. 뱅쇼를 만들면 와인 특유의 풍미가 대부분 사라집니다. 와인을 끓이기 때문입니다.

파스퇴르는 다른 접근방법을 만들어냅니다. 가열은 하되, 풍미는 살리고 미생물은 죽이는 '적당한 온도'를 맞추자는 가설입니다. 말은 그럴싸했지만, 굉장히 어려운 내용입니다. 과연 미생물은 죽이고, 풍미는 살리는 온도는 몇도일까요? 30도? 50도? 70도? 90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흥미롭게도 파스퇴르는 경험과 직관, 통밥을 굴립니다. 온도를 55도로 세팅한 것입니다. 55도~60도 사이면 미생물은 억제되고 풍미에 이로운 것들은 남을 것이라고 '찍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습니다.

(실제로 유해미생물은 20도~45도 사이에서만 생존한다는 사실이 한참 뒤에 밝혀지기도 합니다)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 그리고 우유

이 살균법이 바로 파스퇴르라이제이션, 즉 저온 살균법입니다. 파스퇴르는 이 방식을 1866년 학회에 보고했고, 같은해 '와인 연구'라는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릅니다. 저온 살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입니다.

 

이 저온 살균법이 현대에 미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우선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파스퇴르 우유를 떠올려보시면, 다른 일반 우유와는 달리 '저온 살균법'을 적용했다고 라벨에 붙어 있습니다. 이 살균법이 바로 파스퇴르가 발명한 그것입니다. 

 

목적은 와인 부패 방지였지만, 이를 우유에 적용하면서 유럽에서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저온살균이 가능해지면서 더는 목장이 도시 근처에 존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보관 기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더 먼 곳에서 만들어진 우유를 철도를 통해 대량으로, 그리고 빠른 시간안에, 심지어 더 신선하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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