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이제 추석 연휴도 거의 끝나가는데 즐거운 연휴를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와인을 드신 분도 많으실 것 같은데, 오늘은 와인과 음식을 서로 페어링할 때 절대 피해야할 조합을 알아보겠습니다.
1.와인에서 코피맛이 나요
사실 와인을 어떤 음식과 같이 먹어야하는지는 굉장히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꼭 100% 맞는 정답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맛이 없다'고 말하는 조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레드 와인과 수산물의 조합입니다. 물론 수산물이라고 해서 100% 그런 것은 아니고, 날 것 혹은 말린 것에 가까울수록 조합이 매우 나빠집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불에 조리가 이뤄진 것들은 아닌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조합은 레드 와인과 짠 성분이 강한 생선류입니다. 보통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굴비구이, 간장게장과 같은 염분이 아주 많이 함유된 생선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생선류를 레드 와인과 함께 마시게 되면 이른바 '코피맛'이 납니다. 코에서 피가 났을 때 가끔 이걸 목 뒤로 넘겨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느껴지는 피맛이 바로 '코피맛'입니다. (이건 제가 임의로 붙인 말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말은 아닙니다)
엄청나게 쎈 쇠같은 냄새와 비릿한 맛이 동시에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껏 준비한 레드 와인을 음식과 같이 먹었는데 코피맛이 난다면, 어느 누구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 '코피맛'을 직접 접하고 나서는 정말 눈이 뜨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우 나쁜 쪽으로 눈이 뜨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불쾌하고 비릿하면서도 찌릿한 감각이었습니다.
사실 꼭 생산 구이류가 아니더라도 코피맛이 나는 조합은 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포류'가 그렇습니다. 보통 생선을 말린 것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아주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말린 멸치가 있습니다. 또 온 국민이 사랑하는 맥주 안주인 쥐포도 그렇고, 기타 말려서 만든 대부분의 수산물 음식들이 레드 와인과 조합하면 코피맛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도대체 코피맛은 왜 나는 걸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는 레드 와인에 함유된 '철(Fe) 이온'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 실험을 벌인 결과 철분 함유량이 높은 와인일수록 조개류(가리비)와의 페어링에서 더 비린맛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이 코피맛은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발현되곤 합니다. 가장 많이 느껴지는 감각은 비릿한 맛이지만, 때로는 이 느낌이 쇠맛으로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혹은 쓴맛으로 인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철 이온은 화이트와인보다는 레드와인에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 레드 와인 중에서도 풀바디한 느낌이 강한 와인일 수록 이런 수산물과의 페어링에서 강한 비릿한 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레드 와인 중에서도 비교적 라이트바디에 해당하는 피노누아나 보졸레 지역의 와인을 연어류와 마시게 되면 의외로 페어링이 괜찮은 경우가 있습니다. (연어류는 지방이 많아서 수산물 중에서는 육고기에 가깝습니다)
3.다만 모든 페어링은 주관적입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이런 견해는 일반적인 수준의 것이며,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와인은 기호품이라서 사람의 주관이 깊이 관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와인을 음식과 조합하는 상황은 더욱 다양합니다. 딱 하나의 결론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글의 주제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와인과 매운맛 음식을 서로 매칭하지 말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음식의 매운맛은 와인의 쓴맛과 신맛을 더 극대화하고, 알코올 도수를 더 높게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에서는 강하게 향신료를 써서 맵게 느껴지는 커리와 레드 와인의 페어링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커리와 레드 와인을 같이 드셔보신 분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으실 겁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극악의 페어링이지만, 인도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페어링인 셈입니다. 즉, 페어링이란 것도 꼭 100% 적용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다른 하나는 조리하는 사람의 역량입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높은 수준의 쉐프는 이러한 레드 와인과의 페어링까지 고려해서 음식을 조리한다고 합니다. 그 경우, 똑같이 생선을 조리하더라도 레드와인과 더 궁합이 맞도록 자신만의 조리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일류 레스토랑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목격했고, 상식적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과 와인이 서로 잘 맞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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