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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가 정관계 로비에 썼던 와인은 무엇일까요?

by 쇼리쇼리이쇼리 2021. 9. 2.

와인 마시는 이쇼리입니다. 조금 지루한 이론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오늘은 흥미로운 와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전방위 로비 파문을 일으킨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와 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가짜 수산업자 사건이란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수산업자를 자처한 김모씨가 포항 인근에서 오징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100억 대 사기를 친 사건입니다. 과거엔 일종의 '생계형 사기범'에 불과했던 김씨는 수감생활 도중 언론인 출신 수감자와 인연이 닿게 되고, 출소 뒤 보다 본격적인 스케일 큰 사기 행각에 나서게 됐다고 합니다.

 

김씨는 자신을 천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으로 포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잡은 오징어를 선상에서 냉동시켜 들여오는 사업을 한다고 말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116억 원대의 사기를 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력가 행사를 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선물 공세를 하게 되는데, 주된 선물이 수산물이었던지라 검거 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란 이름이 붙게된 것입니다.

 

2. 이 사건은 왜 유명해졌나

사실 사기 규모가 크긴 하지만, 이렇게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 인맥 과시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치인 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김씨의 '인맥팔이'에 이용된 측면이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인들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옥석을 가려서 사람을 만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씨의 '인맥팔이'에 동원된 유력인사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전현직 법조인은 물론, 지역 경찰서장,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 종합편성채널 앵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박영수 전 특검도 있었습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김씨로부터 간단한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는 언론 보도 역시 나왔습니다. 특히 김씨가 접촉한 인물 중에서는 유명 여성 연예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와인 이야기

동아일보는 지난 7월 초, 김씨가 인맥을 확장하는 수법을 자세히 보도한 바 있습니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유력 인사들과 만나거나 선물을 보낼때 마다 사진을 찍어 휴대전화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특히 포항지역 경찰서장인 배모 총경에게 보낸 선물 리스트가 취재 결과 폭로됐는데, 여기에 바로 와인이 등장합니다.

바로 5만원 대의 1865 와인 골프백 패키지입니다. 1865는 골프 애호가들은 물론, 웬만한 보통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술입니다. 특히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와인으로도 꼽힙니다. 원래 의미는 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인 칠레의 산 페드로 사의 설립 연도가 1865년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와인에 전혀 다른 의미가 붙었습니다. 바로 '골프 18홀을 65타를 위해서'라는 기원을 담은 와인으로 마케팅이 이뤄지게 됩니다. 참고로 18홀을 65타에 도는 건 그야말로 프로의 경지입니다. 그러니 골프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숫자나 마찬가지고,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널이 이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숫자 마케팅은 붙이기 나름이지만, 어떤 전후상황에서 숫자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성패가 갈리게 됩니다. 1865는 '골프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한 케이스였고, 그 뒤에는 18세부터 65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더해지게 됩니다. 1865 와인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무려 4백만 병이 넘게 팔렸습니다. 역대 판매량으로만 보면 국민 와인이라고 불리는 몬테스 알파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널은 매년 추석과 설날에 1865 세트를 판매합니다. 바로 1865와인과 미니어쳐 골프백을 묶어서 파는 선물 세트 상품입니다. 미니어쳐 골프백이라지만 와인을 담을 정도의 사이즈가 됩니다. 만약 상대가 골프 애호가라면 이만큼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명절 선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 입장에서는 고가의 선물을 부담스러워하는 공직자에게 줄 이만한 명절 선물이 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대는 골프 애호가인 공직자인데, 고가의 명품을 선물할 수는 없으니 오히려 골프에 대한 애정을 담아 예쁘게 만들어진 1865골프백에 와인을 담아서 건넸겠죠. 상대는 거부하기도 애매했을 겁니다. 1865 명절 골프백 세트의 가격이 4~5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4.1865가 성공한 이유는 마케팅만이 아니다

1865는 사실 너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와인이라서 품질 측면에서 평가 절하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퀄리티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1865를 갖고 아무리 골프 마케팅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을 것입니다.

 

1865를 드셔보신 분들, 특히 와인 애호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예상하고는 다르다'입니다. 일단 와인병의 색이 검은색인지라 굉장히 묵직할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1865는 '밸런스'에 보다 초점을 둔 와인입니다. 미국 와인처럼 묵직하게 떨어지는 와인이 절대 아닌 겁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다른 측면에서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외로 와인의 밸런스가 매우 좋기 때문이죠. 붉은 과일 중심의 미디엄+ 바디의 느낌을 주는데, 산도 역시 훌륭해서 전체적으로 매우 조화로운 와인입니다. 그래서 '내가 선입견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분들, 의외로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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